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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다시 펼치다 ③] 류정아 교수 인터뷰 - 『황제내경』·『상한론』·온병학에서 ‘의학이 갱신되는 방식’을 읽다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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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다시 펼치다 ③

류정아 교수 인터뷰 - 『황제내경』·『상한론』·온병학에서 ‘의학이 갱신되는 방식’을 읽다

※ 인터뷰 답변은 취재 기록을 바탕으로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문장을 정리했다.

역사는 직선이 아니다. 한의학도 그렇다

국가시험을 통과하면 한의학을 ‘알게 될’ 줄 알았다. 류정아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는 오히려 그때부터 질문이 시작됐다. 면허가 생겼다고 학교에서 배운 이론이 곧바로 환자 앞의 판단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장상도 알고, 변증도 알고, 처방도 배웠다. 그런데 왜 이 환자를 이렇게 해석하는지 끝까지 설명하려고 하면 어딘가에서 막혔다. 한의사가 된 뒤 다시 원전으로 향한 이유다.

이번 연재는 “왜 아직도 2000년 된 책을 읽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두 번째 회에서는 『황제내경』, 『상한론』, 온병학을 각각 몸과 병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렌즈로 읽었다. 마지막 회에서는 한 걸음 더 들어갔다. 원전을 오래 읽은 사람에게 물었다. 옛 문장은 지금의 한의학에 무엇을 남기는가. 『상한론』이 있는데 왜 온병학이 또 필요했는가. 과거의 의학을 연구한다는 것은 결국 미래의 한의학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류 교수의 답을 따라가다 보면 의외의 결론에 닿는다. 원전학은 옛 답을 보존하는 학문이라기보다 의학이 답을 바꿔온 과정을 읽는 학문에 더 가깝다.

“한문을 번역했다고 원전을 읽은 것은 아닙니다”

Q. 학생들이 원전학을 처음 만나면 가장 먼저 한문에서 압도됩니다. 결국 원전학은 고문을 정확하게 번역하는 과목입니까.

“번역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한문으로 된 텍스트니까요. 원문의 의미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그다음 단계로 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한 문장을 우리말로 옮겼다고 해서 그 문장을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 안에 있는 개념이 왜 생겼는지, 그 개념이 한의학 전체에서 어떤 기능을 했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장상(臟象)이라는 개념도 그냥 오장육부(五臟六腑)의 명칭을 외우는 문제가 아닙니다. 몸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했는지에 대한 하나의 체계죠. 음양(陰陽)도 마찬가지입니다. 음과 양의 정의 몇 개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어떤 관계로 읽었는지를 보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원전학은 한의학의 기본적인 사고가 어디에서 형성됐는지를 보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제내경』을 처음 읽을 때 학생은 음양과 장상, 경락이라는 낯선 단어를 만난다. 하지만 몇 학기 뒤 병리와 변증을 공부하면 같은 단어들이 다시 등장한다. 처음에는 별개의 암기 항목처럼 보였던 개념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몸을 설명하는 언어로 연결된다. 가령 ‘피로’라는 증상 하나만 놓고 봐도 그렇다. 밤샘 뒤의 피로와 식욕저하·소화불량을 동반한 피로, 추위를 심하게 타면서 무기력한 상태는 모두 일상어로는 ‘피곤하다’다. 한의학의 언어는 그 뒤를 더 묻는다. 무엇을 먹는가, 잠은 어떤가, 추위를 타는가, 갈증은 있는가. 하나의 증상보다 증상 사이의 관계를 읽는다. 『황제내경』은 바로 이런 질문을 가능하게 한 오래된 좌표계다.

Q. 그런데 ‘한의학의 정체성’이라는 말을 강조하다 보면 다른 위험도 있지 않습니까. 한의학은 특별한 체계이므로 한의학의 언어로만 설명하면 된다는 자기완결적인 논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의학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것과 그 특수성에 빠지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오히려 상식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의학의 용어를 사용했다고 설명이 끝나는 것이 아니거든요. ‘기허(氣虛)입니다’, ‘열(熱)이 있습니다’라고 말했으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원전에 써 있으니까 맞다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왜 그렇게 기록했는지, 당시에는 무엇을 보고 그런 개념을 만들었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류 교수의 답변 가운데 이 대목은 꽤 인상적이다. ‘상식적이어야 한다.’ 원전학자에게 기대할 법한 말과는 얼핏 반대로 들린다. 한의학의 고유성을 더 강조할 것 같지만, 오히려 고유한 용어 그 자체가 설명을 대신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인터뷰 자료에도 『황제내경』의 폭넓은 내용과 함께 “한의학 이론의 특수성에 빠지지 않고”라는 문제의식이 남아 있다. 류정아 교수님 인터뷰.pdf 원전을 깊이 읽는다는 것은 한의학적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그 용어가 왜 필요했는지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의사가 된 뒤 오히려 제가 뭘 모르는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Q. 교수님은 학생 때부터 원전학자가 되고 싶으셨나요.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의사가 되고 나서 오히려 당황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학교에서 분명 많은 것을 배웠는데, 그것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배웠다는 것과 이해했다는 것은 다르더군요. 그러다 보니 다시 공부하게 됐고, 결국 원전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Q. 임상에서 문제가 생기면 보통 더 최신의 지식을 찾게 됩니다. 최신 논문이 아니라 오히려 더 오래된 문헌으로 돌아갔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둘은 반대 방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최신 연구를 볼 때도 질문이 정확해집니다. 어떤 치료를 연구한다고 해보죠. 그 치료가 애초 어떤 병리적 판단에서 나온 것인지, 어떤 증후(證候)를 대상으로 했던 것인지 모른 상태에서 효과만 보려고 하면 연구 대상도 흐릿해질 수 있습니다. 원전은 그 출발점을 확인하게 해주는 겁니다.”

이 대답은 원전과 현대 연구를 둘러싼 흔한 구도를 뒤집는다. 고전 대 과학, 전통 대 현대. 양쪽을 서로 반대편에 놓으면 이야기는 쉽다. 하지만 실제 연구는 그보다 복잡하다. 검증하려면 먼저 무엇을 검증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지금 교과서에서 하나의 개념으로 묶이는 것이 원래 원문에서도 같은 개념이었는지, 후대 주석(註釋)에서 의미가 추가됐는지, 시대를 지나며 재구성됐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원전학은 현대적 검증의 반대편이 아니라, 때로는 검증할 대상을 정확하게 만드는 전 단계가 된다.

“『상한론』이 있는데 왜 온병학이 또 나왔을까요”

Q. 『황제내경』이 있고 『상한론』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후대에 온병학이라는 체계가 별도로 필요했습니까.

“그 질문을 할 때 역사를 너무 직선적으로 보면 안 됩니다. 『황제내경』이 나오고, 그다음 『상한론』이 나오고, 그다음 온병학이 나왔으니 뒤의 것이 앞의 것을 업그레이드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 역사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질병 환경이 바뀌고, 사람들이 기존 체계만으로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임상 상황을 반복해서 경험하면 새로운 설명이 필요해집니다. 온병학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한론과 온병학의 차이는 교과서 표보다 환자 한 명을 떠올릴 때 훨씬 선명해진다. 겨울이다. 찬바람을 맞은 뒤 열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환자는 덥다기보다 춥다고 한다. 목덜미가 뻣뻣하고 온몸이 쑤신다. 땀은 잘 나지 않는다. 체온계에는 ‘발열’이라는 숫자 하나가 찍히지만, 『상한론』의 문법에서는 오한(惡寒)과 발열(發熱)이 함께 있는지, 땀이 나는지, 통증은 어디에 있는지, 맥은 어떤지가 하나의 묶음으로 읽힌다. 이번에는 초여름이다. 열이 빠르게 치솟는다. 목이 붓고 아프다. 갈증이 심하다. 얼굴에 열감이 돌고 병의 진행도 빠르다. 같은 ‘발열’이지만 질문이 달라진다. 이 틈에서 온병학의 시야가 열린다.

Q. 그렇다면 온병학은 『상한론』의 보완판 혹은 업그레이드판이라고 보면 될까요.

“그렇게 단순하게 보기 어렵습니다. 공통적으로 외감병을 다루지만 강조하는 문제가 다릅니다. 특히 온병학에서는 열성 질환이 몸의 어느 깊이까지 들어갔는지,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보게 됩니다. 위기영혈변증(衛氣營血辨證)이 대표적입니다. 질병을 하나의 고정된 상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어느 깊이에 위치하고 있는지 봅니다. 삼초변증(三焦辨證)에서는 또 상초(上焦)·중초(中焦)·하초(下焦)라는 공간적인 틀로 병의 위치와 진행을 보죠.”

상한론이 ‘병의 이동’을 읽는다면 온병학은 거기에 또 하나의 축을 더한다. 깊이다. 위분(衛分)에 머무르는가. 기분(氣分)으로 들어갔는가. 영분(營分)이나 혈분(血分)까지 깊어진 신호가 나타나는가. 삼초변증은 여기에 공간을 더한다. 상초에서 시작했는가. 중초로 내려갔는가. 하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위기영혈과 삼초는 시험 직전에는 외워야 할 두 개의 표다. 하지만 임상적 사고로 보면 다른 기능을 가진 좌표축이 된다. 하나는 병의 깊이, 다른 하나는 병의 위치와 전개를 묻는다.

Q. 결국 같은 체온 39도도 상한론과 온병학에서 완전히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은 아니겠네요.

“그렇습니다. 증상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증상이 어떤 맥락에서 나타나는지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변증이 필요한 것이고요.”

Q. 『온병조변(溫病條辨)』은 그런 온병학의 흐름에서 어떤 책입니까.

“온병학의 여러 논의를 상당히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이 책을 볼 때 처방 이름만 외우면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습니다. 어떤 증후를 보고 어떤 병리적 판단을 했는지, 그 판단에서 치료 원칙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연결해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리, 변증, 치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판단 과정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온병조변』은 처방집에서 ‘사고과정의 기록’으로 바뀐다. 목이 아프다고 은교산(銀翹散)을 붙이는 것이 아니다. 발병 양상은 어떤가. 오한은 있는가. 갈증은 어떤가. 열세가 강한가. 병위는 어디인가. 진액은 얼마나 손상됐는가. 답을 외우기 전에 왜 이 답이 나왔는지를 읽는다.

“새로운 질병이 왔는데 옛 답을 그대로 복사할 수는 없습니다”

Q. 온병학 이야기를 듣다 보면 코로나19 같은 현대 감염병을 떠올리게 됩니다. 고전의 체계를 현대 감염병에 적용할 수 있습니까.

“직접적인 일대일 대응은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현대 질환 하나를 옛 병명 하나와 연결하고, 거기에 특정 처방을 그대로 붙이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상한론』에 마황탕(麻黃湯)과 계지탕(桂枝湯)이 있다고 해서 현대의 특정 감염병 환자에게 기계적으로 대응시키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질병 환경이 달라졌고 사람들의 생활환경도 달라졌습니다.”

인터뷰 자료에서도 코로나19 옆에는 ‘마황탕·계지탕 X’라는 표시가 남아 있다. 특정 처방을 현대 감염병에 기계적으로 대입하지 말자는 문제의식이다. 류정아 교수님 인터뷰.pdf 이 대목이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흥미로운 역설이다. 원전을 연구한다고 하면 흔히 옛것을 얼마나 잘 보존할 것인가를 떠올린다. 류 교수가 온병학에서 읽어내는 것은 정반대다. 옛 의가들은 앞선 답을 그대로 보존하지 않았다. 기존의 설명으로 임상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또 다른 체계를 만들었다. 『상한론』을 존중하는 가장 충실한 방법이 반드시 『상한론』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Q. 그러면 현대 한의학이 온병학에서 배워야 할 것도 특정 처방보다 그 태도에 가까운가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질병을 만났을 때 무엇을 관찰할 것인가, 기존 설명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 어떻게 새롭게 정리할 것인가를 봐야 합니다. 한의학이 외감병을 치료해온 역사도 상당히 길고 많은 경험이 축적돼 있습니다. 지금은 한의학이라고 하면 만성질환이나 내상병(內傷病)을 더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있지만, 외감병과 유행성 질환을 빼고 한의학의 역사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대답은 온병학의 의미를 역사적 지식에서 현재의 질문으로 끌어낸다. 새 질병 앞에서 의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과거에 답이 있는지를 찾는 것이 먼저가 아니다. 과거의 의사들이 답이 없을 때 무엇을 했는지를 보는 것이다.

“고전을 연구하는 것과 현대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반대말이 아닙니다”

Q. 그렇다면 원전학은 현대 한의학 연구에 구체적으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습니까.

“한의학도 보건의료 전체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질환에 대해 새로운 치료 방법을 연구할 수도 있고, 기존의 치료가 어떤 상황에서 의미가 있는지 검증할 수도 있죠. 다만 그러려면 개념과 치료가 어디서 나왔는지 정확히 정리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원전학이 그 부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Q. 원전에 기록돼 있다는 사실은 근거가 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원전에 있다는 것과 현대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연구해야 합니다. 무엇이 실제 원문에서 주장된 것인지, 후대의 해석인지, 어느 시기에 의미가 변화했는지를 확인해야 그다음 연구도 정확해집니다.”

Q. AI는 어떻습니까. 이제 한문 원문도 상당 부분 자동 번역이 가능합니다. 원전학의 필요성이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도 있을까요.

“도구로서 활용할 부분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방대한 문헌에서 특정 개념이 어디에 어떻게 등장하는지 찾거나, 여러 시대 문헌의 용어를 비교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해석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단어도 문맥과 시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왜 그 표현을 사용했는지까지 판단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죠. 오히려 번역이 빨라진다면 그다음에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기계가 번역을 대신해 주는 시대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남는 원전학은 무엇일까. 한자를 우리말로 옮기는 능력의 희소성은 줄어들 수 있다. 대신 서로 다른 시대의 문장을 연결하는 것, 개념의 변화를 추적하는 것, 하나의 용어가 왜 등장했는지 묻는 것, 과거의 설명 가운데 무엇을 오늘의 연구 질문으로 가져올지를 결정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AI 시대에 원전학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원전학에서 단순 번역이 차지했던 비중이 줄어드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역사는 직선이 아닙니다”

Q. 학생 입장에서 『황제내경』, 『상한론』, 온병학을 배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전 단계를 만들고 싶어집니다. 『황제내경』보다 『상한론』이 구체적이고, 다시 온병학이 그것을 발전시켰다고 정리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렇게 보면 안 됩니까.

“공부할 때는 그렇게 정리하면 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역사는 직선적이지 않습니다. 새로운 이론이 나왔다고 앞의 이론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개념은 계속 남고, 어떤 것은 수정되고, 어떤 부분에서는 전혀 다른 설명이 생깁니다. 한의학도 그렇습니다.”

Q. 결국 의학의 발전은 ‘틀린 답을 버리고 더 맞는 답으로 교체하는 과정’만은 아니라는 얘기로 들립니다.

“그 시대에 어떤 문제가 있었고, 사람들이 무엇을 설명하려고 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온병학이 왜 나왔는지 이해하려면 당시 사람들이 경험한 질병도 봐야 하죠. 누가 이겼느냐보다는 왜 새로운 질문이 필요해졌느냐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문장이 이번 인터뷰의 중심에 가장 가깝다.

역사는 직선이 아니다. 한의학도 그렇다.

『황제내경』이 『상한론』에게 자리를 내주고 사라진 것이 아니다. 『상한론』도 온병학이 등장했다고 폐기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시대에 만들어진 질문들이 겹겹이 쌓여 지금의 한의학이 됐다. 교과서는 그 층위를 평평하게 펴서 보여준다. 원전은 다시 그 층을 벌려본다. 왜 이 질문이 생겼는지, 어느 시대에 다른 대답이 나타났는지, 그리고 무엇이 아직 남아 있는지를 확인한다.

“학생 때 읽은 『황제내경』과 나중에 읽는 『황제내경』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Q. 결국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공부하라고 권하고 싶으세요.

“처음에는 번역을 정확히 해야 합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멈추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한 문장을 보면 왜 이런 말을 했는지를 생각하고, 같은 주제를 다른 원전에서는 어떻게 설명했는지 비교해 보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병리나 변증, 임상과목을 배우고 나서 다시 원전으로 돌아가 보세요. 처음과 다르게 읽힐 겁니다.”

Q. 같은 책인데 왜 달라집니까.

“책이 바뀐 게 아니니까요. 내가 가진 질문이 달라진 겁니다. 학생 때 읽는 『황제내경』과 실제 임상적인 문제를 생각하면서 읽는 『황제내경』은 같을 수가 없습니다.”

첫 회에서 원전은 처음에는 ‘한자’였다가, 다시 읽으면 ‘개념’이 되고, 나중에는 ‘판단의 근거’가 된다고 썼다. 류 교수의 답을 듣고 나면 한 단계가 더 붙는다. 원전은 결국 질문을 갱신하는 텍스트다. 처음에는 “무슨 뜻이지?”라고 묻는다. 조금 지나면 “왜 이렇게 설명했지?”라고 묻는다. 더 지나면 “이 설명은 지금도 유효한가?”를 묻게 된다.

같은 책이다. 독자가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