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뒷이야기 ① ‘달려라 하니‘
시험과 실습 사이, 양산천을 달리며 가까워지는 한의전 사람들
하루 종일 강의와 실습을 마친 뒤 운동화 끈을 묶는 일은 때로 또 하나의 과제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일단 양산천으로 나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누군가는 빠르게 뛰고, 누군가는 천천히 걷다가 다시 뛴다. 중요한 건 기록표가 아니라 마지막 사람이 들어올 때까지 함께 기다리는 일이다. 2023년 만들어진 러닝 동아리 ‘달려라 하니’는 그렇게 운동을 핑계 삼아 체력을 챙기고, 선후배와 가까워지고, 때로는 교수님과도 나란히 달린다. 본과 2학년 박순범 회장에게 바쁜 한의전생이 왜 굳이 달리는지, 혼자 뛰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하니’가 기록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1. 이름부터 이미 한 번 뛰었다
‘달려라 하니’, 이름부터 꽤 기억에 남습니다. 어떤 동아리인가요?
안녕하세요. 한의학전문대학원 본과 2학년에 재학 중이고, 러닝 동아리 ‘달려라 하니’ 회장을 맡고 있는 박순범입니다. 동아리 이름은 2023년 동아리를 만든 선배님들이 ‘한의’의 ‘하니’와 만화 <달려라 하니>의 친근한 이미지를 결합해 지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름처럼 처음부터 ‘잘 뛰는 사람들만 모이는 동아리’보다는 누구나 부담 없이 나와 함께 달릴 수 있는 분위기를 지향했다고 합니다.
본과 2학년이면 공부만으로도 빠듯할 텐데, 회장이라는 일을 하나 더 얹은 이유는요?
학교생활이 시험 공부와 실습으로 바쁘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쉽게 지치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1학년 때부터 꾸준히 하니 활동을 하면서 동아리에 애정이 많이 생겼고, 평소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해서 회장을 한 번 맡아보고 싶었습니다. 올해 3월, 회장을 맡고 처음 진행한 러닝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어요. 긴장도 많이 했지만 준비한 만큼 잘 마무리돼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그날 ‘앞으로도 부원들이 편하게 와서 즐겁게 뛰는 동아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하니의 주요 코스는 양산천 강변과 양산디자인공원이다. 두 코스를 번갈아 달리며, 평탄한 길과 우레탄 바닥 덕분에 러닝을 막 시작한 사람도 비교적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2. 시험범위는 그대로, 머리는 조금 가벼워진다
한의전 생활에서 러닝이 정말 도움이 되나요? 뛰고 돌아와도 시험범위는 그대로잖아요.
맞습니다. 시험범위가 줄어드는 건 아니죠. (웃음) 그래도 공부만 계속하다 보면 머리가 무겁고 몸도 쉽게 지치는데, 러닝을 하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분명히 있습니다. 스트레스도 많이 풀리고 잠도 훨씬 잘 자게 됩니다. 무엇보다 꾸준히 뛰면서 체력이 좋아지니까 학업이나 실습을 버티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혼자 뛰어도 되는데, 왜 굳이 동아리로 뛰나요?
혼자 뛰는 것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라면, 동아리 러닝은 함께 달리며 서로 응원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뛰면 힘들 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하고 멈추기 쉬운데, 같이 뛰면 옆에서 응원하고 이끌어주기 때문에 생각보다 더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완주한 뒤 같이 기뻐하는 순간도 혼자 뛸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고요. 결국 하니에서는 운동 자체뿐 아니라 ‘같이 했다는 느낌’이 꽤 큽니다.
3. 하니의 기록은 ‘몇 분대’보다 ‘마지막 한 명’
러닝 동아리라면 자연스럽게 기록 경쟁도 생길 것 같은데요.
저희는 누가 가장 빨리 뛰느냐보다 모두가 함께 완주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힘들어하는 부원이 있으면 속도를 맞춰 같이 뛰고, 마지막 한 명이 들어올 때까지 모두가 기다려 줍니다. 천천히 걷다가 잠깐씩 뛰는 그룹도 있어서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자기 페이스대로 참여할 수 있고요. 그런 문화가 하니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방식이 선후배 관계에도 영향을 주나요?
네. 학업 일정이 서로 달라서 학교에서는 선후배끼리 길게 이야기할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같이 뛰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교생활이나 공부 이야기를 하게 되고, 선배들은 경험을 공유하고 후배들은 부담 없이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러닝을 시작하기 전에는 복도에서 가볍게 인사만 했다면, 이제는 ‘오늘도 뛰러 가시나요?’, ‘지난번 러닝 고생하셨습니다’ 같은 말을 먼저 건네게 됩니다. 달리기 한 번이 엄청난 변화를 만드는 건 아니지만, 학교에서 서로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4. 러닝 뒤의 저녁도 ‘하니’의 정식 코스
솔직히 말하면, 러닝보다 러닝 뒤 저녁을 더 기다리는 날도 있지 않나요?
부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날입니다. (웃음) 사실 하니의 매력 중 하나가 러닝을 마친 뒤 함께 저녁을 먹는 시간입니다. 운동할 때는 짧게 주고받았던 이야기를 식사 자리에서 더 편하게 이어갈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교생활이나 진로 얘기도 나오게 됩니다. 임병묵 교수님께서도 단순히 지도교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이런 자리에 직접 오셔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격려해 주세요. 지난 5월에도 함께해 주셨고, 인원이 꽤 많았는데도 식사 비용을 전부 지원해 주셔서 모두 정말 감사했습니다. 작년 양산마라톤에도 직접 참가해 학생들과 함께 뛰셨고, 마라톤 뒤 식사 자리도 지원해 주셨습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든든한 후원자이면서, 실제로 같이 달리는 러닝 선배 같은 느낌입니다.

러닝 후 함께한 식사 자리. 달리기가 끝나도 ‘하니’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5. 한 번 뛰어본 사람이 마라톤까지 가는 이유
동아리 러닝에서 마라톤까지 가는 건 꽤 큰 점프처럼 보입니다. 양산마라톤을 추천하는 이유가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양산마라톤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학교와 가까워 학기 중에도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고, 코스 대부분이 평지라 개인 기록에 도전하기에도 좋습니다. 평소에는 익숙한 코스를 몇 명이 함께 달리지만, 마라톤에서는 많은 러너들과 같이 출발선을 넘고 시민분들의 응원을 받게 됩니다. 그 분위기 자체가 평소 연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완주한 뒤 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의 성취감도 오래 기억에 남고요. 올해 하니의 가장 큰 목표도 12월 양산마라톤입니다. 교수님과 동아리 부원 모두가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완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마라톤 대회에 함께 참가한 ‘달려라 하니’ 구성원들.
6. “운동 못하는데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
마지막으로, 달리기를 잘 못하는 사람에게도 정말 권할 수 있나요?
전혀 문제없습니다. 운동을 잘해야만 러닝 동아리에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희는 달리기 실력보다 함께 즐기는 마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천천히 걷다가 잠깐씩 뛰어도 되고, 처음부터 자기 페이스대로 하면 됩니다. 운동화만 가볍게 신고 한 번 편하게 나와보세요. 한 번만 같이 뛰어보면 러닝이 주는 즐거움과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재미를 분명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달리기 몇 번으로 한의전 생활이 갑자기 쉬워지는 건 아니다. 시험은 그대로 있고, 실습도 그대로다. 대신 머리가 무거운 날 같이 나갈 사람이 생기고, 복도에서 건넬 말이 하나 늘고, 내가 조금 늦더라도 끝에서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생긴다. ‘달려라 하니’가 만드는 변화는 아마 그 정도의, 그래서 꽤 현실적인 변화다. 12월 양산마라톤의 결승선에서도 하니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누가 먼저 들어오느냐가 아니라, 결국 모두가 무사히 들어오는 장면일 것이다.
안효주 편집장(18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