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뉴스룸

임상·산업 동향

별과 하트가 된 한약, 탕전실 밖으로 나가다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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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약부터 환제·연조엑스까지, 옥천당 공동이용탕전실 방문기

작은 알갱이들이 기계 안에서 가볍게 떠올랐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약재 분말이 공기 중에서 서로 엉겨 붙으며 둥근 입자가 되는 과정이었다. 코팅을 마친 제제 중에는 별과 하트 모양도 있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갈색 탕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 8월 19일 찾은 옥천당에서는 한약이 달여지고, 농축되고, 작은 환으로 빚어지고 있었다. 처방에 따라 스틱형 연조엑스와 워터젤리가 만들어졌고, 완성된 제제는 복용 방법과 용도에 맞춰 각기 다른 포장에 담겼다.

이곳을 둘러보다 보면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한약은 언제부터 한의원 안의 탕전실을 벗어나 이처럼 큰 시설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을까.

한의원 안에 있던 탕전실이 밖으로 나온 이유

옥천당 공동이용탕전실 전경.

탕전실은 오랫동안 한의원에 딸린 당연한 공간이었다. 과거에는 한의원을 개설하려면 보건소에 제출하는 시설 도면에 탕전실을 포함해야 할 정도였다.

변화는 한의원이 대형화·체인화되면서 시작됐다. 여러 의료기관이 별도의 탕전 시설을 함께 이용하면 약재와 시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공간과 인력 부담도 줄일 수 있었다. 이러한 흐름은 2008년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거쳐 제도권에 들어왔다.

2018년에는 시설과 운영, 조제 과정을 평가하는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가 도입됐다. 2026년부터는 명칭도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에서 '공동이용탕전실 평가인증'으로 바뀌었다. 한의원 안과 밖이라는 장소보다, 여러 의료기관이 하나의 탕전실을 함께 이용한다는 기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공동이용탕전실이 확산된 이유를 단지 공간과 비용 절감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규모가 큰 의료기관 가운데에는 원내탕전실을 유지하면서 공동이용탕전실까지 함께 이용하는 곳도 있다. 탕약 외에 환제·산제·고제·연조엑스 등 다양한 제형을 처방하기 위해서다.

즉 공동이용탕전실은 한의원의 탕전 업무를 대신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개별 한의원이 갖추기 어려운 설비와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형태의 한약을 조제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한 처방이 새로운 모양을 얻기까지

연조엑스와 워터젤리 등 스틱형 제제를 조제·포장하는 설비.

옥천당에서 먼저 만난 것은 연조엑스와 워터젤리 같은 스틱형 제제를 만드는 라인이었다. 원료를 투입하면 배합과 충진, 살균, 마킹, 포장이 차례로 이어진다. 여러 단계가 하나의 설비 안에서 자동으로 진행됐다.

추출 시간과 온도도 모든 처방에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다. 옥천당 측은 일부 후하 약재처럼 추출 조건에 민감한 약재의 성분 손실을 줄이기 위해 처방과 약재의 특성에 따라 시간과 온도를 달리한다고 설명했다.

조금 더 안쪽에서는 '유동층 조립기'가 작동하고 있었다. 약재 원료를 공중에 띄운 상태에서 작은 입자로 뭉치는 장비다. 만들어진 입자에는 코팅을 입힐 수 있고, 별이나 하트 등 다양한 모양을 더할 수도 있다.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한 장식은 아니다. 한약 특유의 맛과 향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비교적 편하게 복용할 수 있도록 제형을 바꾸는 과정이다. 같은 처방이라도 누가, 언제,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더 적합한 형태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동층 조립기. 약재 원료를 공중에 띄워 작은 입자로 뭉치는 장비다.

코팅을 마친 제제. 별과 하트 등 다양한 모양과 색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계가 만들고, 사람의 손이 완성하다

자동제환기에서 작은 환이 만들어져 나오는 모습.

환제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생각보다 역동적이었다. 반죽된 약재가 작은 노즐을 통과해 국수 면발처럼 길게 뽑혀 나오면, 회전하는 롤러가 이를 잘라 작은 환으로 만든다. 수분이 적은 소환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열풍 건조 과정을 추가로 거친다.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됐지만 모든 일을 기계가 맡는 것은 아니었다. 선별실에서는 작업자들이 채를 흔들며 모양이 상한 환과 이물질을 직접 골라냈다. 선별 장비 도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미세한 차이를 구분하는 데에는 아직 사람의 눈과 손이 더 정확하다는 설명이었다.

크기가 큰 대환도 마지막에는 손을 거쳤다. 롤러에서 막 잘려 나온 대환의 양 끝은 다소 뾰족하다. 작업자들은 이를 다시 굴려 매끈한 구형으로 다듬었다. 금박을 입히고 유산지로 감싸 청병에 담는 포장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대형 설비와 자동화 공정 사이에서 사람의 손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오래된 조제 방식과 현대적인 설비가 서로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정 안에서 맞물려 있었다.

선별실에서는 모양이 상한 환과 이물질을 사람의 손으로 골라낸다.

대환을 둥글게 다듬고 포장하는 작업도 사람의 손을 거친다.

먹는 방법이 달라지면 한약과의 거리도 달라진다

스틱형 제제 포장 설비. 요청한 디자인에 맞춰 포장이 완성된다.

완성된 제제는 복용 방식과 성격에 따라 다른 포장을 입는다. 소환은 휴대하기 편한 스틱에 담기고, 공진단처럼 고가인 제제는 목함이나 청병에 포장된다. 한의원에서 별도의 디자인을 원하면 그에 맞춘 포장도 가능하다.

품질 관리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옥천당 측은 규격 한약재를 사용하고, 조제가 끝난 뒤에는 완제품 샘플을 일정 기간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문제가 발생하면 보관된 샘플을 바탕으로 원인을 확인하고 해당 한의원과 함께 대응하기 위해서다.

시설을 둘러보며 확인한 변화의 방향은 분명했다. 한약을 더 간편하게 먹고, 오래 보관하고, 환자의 필요에 맞춰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새로운 제형이 전통적인 탕약을 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구태훈 옥천당 대표원장은 탕약과 새로운 제형의 비중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환제나 연조엑스 같은 제제의 사용이 늘기는 했지만, 전통 한약의 비중도 여전히 큽니다. 탕약에는 탕약 나름의 매력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한약이 바뀐 것이 아니라, 한약을 만나는 방식이 바뀌었다

한약은 이제 탕약뿐 아니라 환제, 연조엑스, 과립과 젤리 등 다양한 모습으로 환자를 만난다. 변화한 것은 처방의 바탕이라기보다 그것을 담아내는 방식에 가깝다.

옥천당에서 본 풍경은 전통과 산업이 단순히 충돌하는 장면이 아니었다. 기계가 일정한 크기의 환을 만들고, 마지막 불량을 사람의 손이 골라냈다. 오래된 탕약은 여전히 달여지고 있었고, 그 옆에서는 별과 하트 모양의 제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탕전실은 한의원 밖으로 나왔지만, 탕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다양한 설비와 제형을 만나며 한약이 환자에게 닿는 길이 넓어지고 있었다.

최영주 학생기자(18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