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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인터뷰

[퇴임 특집 인터뷰] 구조를 이해하면 질병이 보인다 - 최병태 교수

202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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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을 앞둔 최병태 교수의 마지막 당부

[퇴임 특집 인터뷰] 최병태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해부학을 처음 배우는 학생에게 인체는 수많은 이름의 집합처럼 보인다. 근육과 신경, 혈관과 장기, 뼈의 작은 구조물까지 낯선 용어가 쉴 새 없이 등장한다. 외워야 할 것은 많은데, 이 지식이 앞으로 어디에 쓰일지는 아직 선명하지 않다.

그러나 최병태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해부학은 단순히 인체 구조의 명칭을 암기하는 학문이 아니다. 구조에서 기능으로, 기능에서 질병으로 이어지는 의학적 사고의 출발점이다.

퇴임을 앞둔 최 교수를 만나 그가 학생들에게 가르쳐온 해부학은 어떤 학문이었는지, 그리고 교단을 떠나기 전 학생들에게 어떤 공부를 당부하고 싶은지 들었다.

구조를 통해 질병을 바라보다

Q. 오랫동안 해부학을 가르쳐오셨습니다. 처음 해부학을 연구하고 가르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부터 사람의 몸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구조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최 교수는 해부학을 인체의 정상적인 구조를 배우는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에게 해부학은 구조의 이름과 위치를 확인하는 데서 끝나는 학문이 아니다.

구조를 이해하면 그 구조가 담당하는 기능을 이해할 수 있다. 다시 기능을 이해하면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도 생각할 수 있다. 정상 구조에서 정상 기능으로, 다시 기능의 이상과 질병으로 사고를 확장하는 것. 그것이 최 교수가 학생들에게 가르치고자 한 해부학이었다.

“구조를 이해하면 기능이 보이고, 기능을 이해하면 질병까지 연결해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해부학이 학생들에게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익혀야 할 정보량이 많고 처음 접하는 용어도 한꺼번에 등장한다. 다른 의학 지식은 이후 여러 과목에서 반복해 접할 기회가 있지만, 해부학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방대한 내용을 익혀야 한다는 점도 부담을 더한다.

그래서 최 교수는 수업에서 각각의 구조물을 따로 떼어 외우기보다 서로 연결된 흐름 속에서 이해하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먼저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고, 그 구조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연결한다.

그렇게 바라보면 해부학은 더 이상 시험을 위해 외워야 할 구조물의 목록이 아니다. 앞으로 환자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기 위한 의학의 기초 언어가 된다.

“결국 우리가 인체의 구조와 기능을 공부하는 이유는 질병을 이해하고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서니까요.”

모든 것을 외우기보다, 다시 공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

Q. 퇴임을 앞두고, 앞으로 의료인이 될 학생들에게 해부학 공부와 관련해 꼭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최 교수는 해부학에서 암기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방대한 구조와 명칭을 익히려면 결국 반복해서 보고 외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모든 내용을 한 번에 완벽하게 암기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시 정리해보는 것입니다.”

책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자신이 이해한 방식으로 다시 구조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직접 정리하다 보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무엇보다 학생 시절 배운 모든 내용을 의료인이 된 뒤에도 그대로 기억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환자를 만나고 실제 의료 현장에서 특정한 지식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오면 공부의 성격은 달라진다.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식이 필요해지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다시 책을 펼치게 된다는 것이다.

“의료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을 마주하게 되면, 사람은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다시 공부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학생 시절의 목표를 ‘배운 모든 것을 평생 잊지 않는 것’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대신 지금 만들어두어야 하는 것은 인체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틀이다. 해부학에서 배운 구조와 큰 흐름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면, 훗날 임상에서 필요한 지식을 다시 찾아 익힐 때도 훨씬 수월하다.

학생 시절의 공부는 완성된 지식을 머릿속에 저장하는 일이 아니라, 평생 공부하기 위한 기반을 만드는 과정에 더 가깝다.

교단을 떠나며 남기는 공부의 방식

최 교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해부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우리는 왜 이 많은 구조의 이름을 배우는가.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구조를 통해 기능을 이해하고, 기능을 통해 질병을 이해하며, 궁극적으로 눈앞의 환자에게 일어난 일을 해석하기 위해서다.

학생에게 당장의 해부학 시험은 수많은 구조를 얼마나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그러나 의료인이 된 뒤 해부학은 다른 모습으로 다시 찾아온다. 환자의 증상을 이해해야 할 때, 새로운 의학 지식을 익혀야 할 때, 자신이 알고 있던 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문제를 만났을 때 다시 돌아가게 되는 기초가 된다.

그렇기에 해부학을 공부하며 만들어야 할 것은 단순한 기억의 목록이 아니라 필요할 때 다시 지식을 찾아갈 수 있는 하나의 지도인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 학생들에게 인체의 구조를 가르쳐온 최 교수는 이제 교단을 떠난다. 그러나 그가 학생들에게 강조해온 공부의 방식은 해부학 강의실에만 머물지 않는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큰 구조를 이해하고, 서로의 관계를 연결하며, 필요한 순간 다시 공부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퇴임을 앞둔 교수의 마지막 당부는 그래서 해부학을 넘어 앞으로 의료인이 될 학생들의 공부 전체를 향한다.

“완벽하게 외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인체를 바라보는 틀을 만드는 것. 그리고 필요할 때 스스로 다시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