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뉴스룸

선배의 조언

[진짜 필드이야기2] “진료도, 기록도 결국 사람을 ‘읽는’ 일”

202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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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부한의원 조영훈·최나현(3기) 선배와 나눈 기록, 공부, 진료, 그리고 삶의 대화

대담  조영훈·최나현(진부부한의원)  /  최영주·안효주(교지편집위원회 뉴스룸)

부산 동구 범일동의 진부부한의원. 진료를 마친 늦은 오후, 조영훈 원장과 교지편집위원회의 최영주·안효주 학생기자가 한자리에 둘러앉았다. 1만 개의 블로그 글을 남긴 '기록하는 한의사' 선배와, 멈춰 있던 편집위를 '뉴스룸'으로 되살린 두 후배가 마주 앉아 기록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여는 말 — 만남의 시작

조영훈  안녕하세요.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부부가 함께 진료하는 진부부한의원의 조영훈입니다. 2021년에 개원해서 소박하게 살고 있어요. 오늘 후배님들이 이렇게 멀리 찾아와 주셔서 반갑네요. 우선 두 분이 어떻게 편집위에 들어오게 됐는지부터 듣고 싶어요.

안효주  저는 자발적이었습니다. 취재, 분석, 기록, 나아가 기획까지 할 수 있는 일이라서, 제가 좋아하고 강점이 있는 걸 다시 살려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거의 죽어 있던 편집위를 되살려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한의전 역사가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졸업하면 다들 어디로 뿔뿔이 흩어져서 뭘 하는지 모르잖아요. 하나로 결집된 축이 없는 것 같았어요. 학교 안에서의 활동도, 졸업 후의 활동도 공식 기록으로 남기고 공유하는 '플랫폼'이 있으면, 한의전 공동체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연결망이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혹시 모르죠, 이걸 통해 동문끼리 만나서 결혼까지 맺어주는 ‘커플메이커’가 될지도요. (웃음)

최영주  저는 기록에 대한 열망은 늘 있었는데 실천이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스스로를 기록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두어야겠다 싶어서 들어왔어요. 의지보다 환경이 먼저라고 생각했거든요. 편집위가 저한테는 일종의 장치였던 거죠. 원장님은 학창 시절 교지편집위원장을 맡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경험이 지금까지 이어진 부분이 있을까요?

조영훈  편집위원으로서의 경험이 제 삶에 있어서 상당 부분 좋은 영향을 줬다고 말할 수 있어요. 편집위원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궁금했던 것들을 취재하고 기록할 수 있었으니까요. '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으니까 더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를 요청드리고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요. 그 경험이 학창 시절 KIOM 블로그 기자단, 산청 세계전통의약엑스포 동의보감 서포터스 활동으로 이어졌고, 졸업해서도 대한민국정책기자단, 광주광역시 공식 블로그기자단 활동까지 쭉 이어졌어요. 이번 인터뷰를 기획하면서는 어떤 점이 가장 기대됐어요?

최영주  선배님 블로그를 너무 즐겁게 읽었어요. 본초와 방제에 대한 글이 정말 많아서 한약을 지어볼 때 찾아보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더 궁금해졌어요. 어떤 식으로 본초와 방제를 공부해 오신 건지, 한약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요. 그러다 보니 임상 공부뿐 아니라 글과 책을 좋아하시는 게 글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져서, 기록을 꾸준히 이어온 사람의 삶이 어떻게 쌓여 있는지도 직접 듣고 싶었어요.

안효주  저는 한의전 입시를 준비할 때 선배님 블로그를 종종 읽었어요. 편집위 회장으로서 어떻게 활동하셨는지도 듣고 싶고, 워낙 다독가이시니 인생책 이야기도 궁금하고요. 그런데 가장 기대되는 건 선배님이라는 사람 자체의 이야기예요. 어떤 생각으로 본인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세상을 바라보시는지요. 선배님이 보시는 한의학이 더 궁금합니다.

(*조영훈 선배의 블로그 주소는 기사 맨 아래에 붙여놓았습니다.)

1부. 기록하는 사람 — 너의 기록은 어떤 모습이니

조영훈 선배의 블로그 스크린샷. 2026년 6월 26일 기준 1만484건의 글이 올라와있다. 한의학 로컬 관련 내용 뿐만 아니라 한의전 재학 중에 공부했던 기록, 여행 기록, 그리고 게임에 대한 글도 별도의 카테고리로 있다!

기록의 시작과 습관

최영주 원장님 블로그에 글이 1만 개가 넘게 쌓여있더라구요. 정말 어마어마한 양인데, 그 동력이 어디서 오는 건지 너무 궁금했어요.

조영훈 저는 기록 자체를 즐겨요. 저에게 있어 기록은 재밌어서 하는 일이에요. 만약 귀찮거나 괴로운 일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기록하진 않았겠죠. 뭐든 재밌고 즐거워야 꾸준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잘 정리된 걸 봤을 때 묘한 뿌듯함과 쾌감이 있기도 하고요. 그게 다음 기록을 또 부르거든요.

최영주 블로그를 처음부터 거슬러 올라가 봤더니 첫 글이 한의전 합격통지서더라고요. 블로그를 그 시점에 시작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세요?

조영훈 사실 좀 공교로워요. 한의전 합격한 직후에 합격통지서를 올리면서 시작했거든요. 그게 블로그 문을 연 첫 글이에요. 그런데 나중에 한 후배가 신입생 OT 첫 만남에서 저에게 그러는 거예요. 자기가 저의 합격통지서를 자기 이름으로 고쳐서 부적처럼 만들어놓고 한의전을 준비했고, 그 덕분에 합격했다고요. (웃음) 그 이야기를 듣고 새삼 신기했어요. 블로그를 통해서 맺어진 인연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때는 블로그에 한의학 관련 내용을 많이 담으려고 했어요. 한의학을 좀 더 잘 알고 싶고, 잘 알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죠.

최영주 그렇게 시작하신 블로그가 지금까지 이어진 거네요. 저는 사실 개인적인 기록은 편한데, 블로그처럼 보이는 기록을 쓸 땐 자기검열이 들어가서 오히려 외면하게 될 때가 있어요. 원장님은 공개 기록을 이렇게 오래 써오시면서 그런 불편함은 없으셨어요?

조영훈 맞아요. 보이는 기록을 쓸 때 자기검열이 들어가서 불편한 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공개 기록으로 쓴 건 주로 경계선이 거의 없던 시절에 쓴 거라, 별 생각 없이 썼던 것 같아요. 이제 제 경계선을 침범할 만한 사적인 것들은 비공개로 바꿔야 하는데, 귀찮아서 안 바꾸고 그대로 둔 상태인 것 같네요. (웃음) 그리고 저는 임상 기록과 개인 기록을 좀 다르게 대해요. 임상 기록은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개인 기록은 좀 더 자유롭게요. 사실 임상 기록을 바탕으로 재밌는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은 늘 있어요. 그런데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겨 있고 법적 제약도 있어서 블로그처럼 공개된 곳에 자유롭게 올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있죠. '우리 한의원에서 이런 치료를 했더니 효과가 있었다' 같은 글은 광고성으로 보일 수 있어서 못 쓰거든요. 그 선 안에서 자유로운 영역을 찾는 거예요.

기록의 의미와 철학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 소설에서 유래한 ‘프루스트 현상’은 과거에 맡았던 특정한 냄새에 자극받아 기억을 떠올리는 일을 가리킨다. 소설에서 주인공 마르셀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데에서 비롯됐다.

최영주 원장님께 '기록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정말 궁금해요. 단순히 정보를 남기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으실 것 같거든요.

조영훈  저에게 기록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마들렌 같은 거예요. 그때 그 장소로 순식간에 시간여행을 뿅 하고 시켜주는 마법 같은 장치요. 그리고 단순히 기록하는 데서 그치지 않아요. 다시 읽히는 거잖아요. 그게 또 누군가 읽고 싶은 글이라면 그 자체로 뿌듯하기까지 하고요.

안효주  저도 선배님과 비슷합니다. 예전에 썼던 일기를 가끔 꺼내 읽으면, 평온하고 안전했던 때가 나에게 있었구나 하고 위로받아요. 과거에 그런 시간이 있었다는 건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증거 같거든요.

기록의 방법과 노하우

최영주 원장님께서 블로그를 통해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시는 걸 보면서 인상 깊었어요. 공부한 걸 꼭 글로 쓰셔야 하는 이유가 있으셨을까요?

조영훈 정리하는 이유는 다시 찾아보기 위함이에요. 그리고 좀 더 즐겁게 공부하기 위함이고요. 저는 정리하고 기록하는 것 그 자체가 재밌어요. 그래서 어쩌면 공부뿐만 아니라 일상이나 경험들을 좀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어떤 일이든 기록되고 정리되어 있으면 나중에 또 볼 수 있고 추억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 뿌듯하고 즐거운 일이 되는 거죠. 기록이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즐거움을 한 번 더 누리게 해주는 장치 같아요. 두 분도 각자 기록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있을 것 같아요.

최영주  저는 두 가지가 동시에 떠올랐어요. 잘 정리된 걸 봤을 때의 쾌감, 그리고 지저분한 기록을 봤을 때의 찜찜함이요. 일단 형식과 무관하게 써내려가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해왔는데, 다시 읽히려면 정리가 중요하다는 걸 요즘 더 느껴요. 또, 기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감정을 담는 거예요. 정보보다 그 때 느낀 감정이 그 시기를 더 잘 담아낸다고 생각하거든요.

안효주  제 사적인 기록의 원형은 사실 좀 난잡해요. 남들이 보면 못 알아볼 거예요. 볼드체로 썼다가 표로 적었다가, 손으로 쓸 땐 왼쪽 구석에 몰아 쓰기도 하고요. 그게 다 저만 해석할 수 있는 의미가 있어요. 속에 무정형하게 있던 생각을 실제로 꺼내서 차곡차곡 정리하는 쾌감이 있거든요. 도구는 주로 노트북을 써요. 생각이 시속 200km로 흘러갈 때 타자로 쫓아가야 하니까요. 원칙은 하나, '솔직하게 쓰자'예요. 부끄러운 내용도, 자랑스러운 내용도 날것 그대로 담고 싶어요. 적어도 제 개인 기록은요.

2부. 공부하는 사람 — 배움과 기록의 접점

공부와 기록의 관계

본초방제학을 과목을 정말 좋아했던 조영훈 선배는 한의사가 된 지금, 직접 탕제를 끓이는 ‘원내탕전실’을 운영하고 있다. 학창시절 실습시간, 직접 탕전하면서 처방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조영훈  저는 공부한 걸 블로그에 정리해요. 이유는 단순해요. 다시 찾아보기 위함이고, 좀 더 즐겁게 공부하기 위함이죠. 정리하고 기록하는 것 자체가 재밌거든요. 두 분은 한의전 공부를 하면서 기록을 어떻게 하고 있어요?

최영주  요즘은 AI 없이는 공부를 못 할 정도예요. 일단 필요한 정보를 스크리닝하고, 목표를 AI에 넣어서 구조적으로 정리된 내용을 얻어요. 1학년 때는 정말 읽고 외우기 급급했는데, 2학년이 되니까 조금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좀 더 편하게 공부하는 방법을 찾아가게 된 것 같아요. 이번에 선배님 블로그를 보면서 느낀 건, 수업 내용 외에 교수님의 인사이트나 그 순간의 내 생각을 담는 창구를 따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거였어요.

안효주  저는 특정 앱을 써서 정리해요. AI를 적극 활용해서 중요한 내용을 뽑아내고, 교수님 강의자료와 비교해서 저만의 이해 방식으로 손글씨 메모로 남겨둡니다. 사실 따로 공부 로그를 시도해본 적이 있는데, 공부 내용을 정리한다기보다 저에 대한 반성으로 끝나는 일이 많더라고요. 그래도 다시 시도해보려고 해요. 공부한 걸 썰 풀듯이 기록하면 그것도 공부 과정이 될 것 같아서요.

조영훈  두 분 이야기를 들으니 제 2학년 때가 떠오르네요. 저는 본초방제학이라는 과목을 정말 좋아했어요. 휴일이나 방학 때마다 본초방제학 실습실 열쇠를 빌려서 한약재를 직접 관찰하고 탕전을 해봤거든요. 제 블로그에 그때 실습실에서 찍은 본초 사진이 다 있어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서, 지금도 한의원에서 한약을 직접 탕전해요. 곰솥으로 끓이는데, 한 시간이면 끓어오르긴 하지만 손이 정말 많이 가요. 그래도 직접 탕전하면 처방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지는 계기가 돼요. 공부한 게 손끝의 경험으로 남는 거죠.

안효주  학생 때 좋아하던 걸 지금도 직접 하고 계시다는 게 인상적이네요.

요즘 관심사 — AI와 '아는 것'의 무게

조영훈  저는 요즘 AI 활용에 몰두하고 있어요. 그런데 우려스러운 점이 많아요. 좀 더 편하자고 AI와 자동화를 다루는데, 의존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AI화되는 건 아닌가' 흠칫 놀랄 정도예요. 내가 AI를 다루는 게 아니라 AI가 나를 다루는 것 같은 느낌이요. 그래서 '책 100권을 읽지 말고 1가지 깨달음으로 100일을 살아라'는 괴테의 말을 자주 되새겨요. 제가 딱 반대로 살고 있거든요. 두 분은 요즘 가장 몰두하는 게 뭐예요?

최영주  저는 요즘 사상체질에 빠져 있어요. 공부할수록 단순한 의학 이론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언어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사람마다 같은 상황에서 다르게 반응하고, 다르게 아픈데, 체질이 그 이유를 일정 부분 설명해주거든요. 마치 사람마다 각자의 사용설명서가 있는데 그걸 하나씩 읽어가는 기분이에요. 한의학을 배운다는 게 결국 사람을 더 깊이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걸 체질 공부를 하면서 더 실감해요.

안효주  저는 편집위원회 재건과 2학년 공부에 몰두하고 있어요. 편집위는 뭔가를 살리고, 부원을 모집하고, 그분들에게 효용감을 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어서 신경의 일부분이 늘 그쪽에 가 있어요. 2학년 공부는 이제 한의학다운 과목들이 등장하는 것 같아서 제대로 '참공'을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조영훈  AI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요. 두 분은 기록하거나 글을 쓸 때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에요?

최영주  AI가 가장 가까운 반려 친구 같아요. 공부 자료를 구조적으로 정리해달라고 하면 훨씬 효율적이고, 시험 예상 문제를 만들어달라고 해서 테스트용으로도 써요. 공부 외의 일상에서 정보가 필요할 때도 검색 대신 그냥 물어보는 게 자연스러워졌고요. 사실 좀 개인적인 용도로도 써요. 감정이 복잡한데 누구한테 말하기 애매할 때 배출구처럼 털어놓곤 해요.

다만 그러면서 드는 불안도 있어요. 이렇게 편하게 쓰다 보면 스스로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약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거요. 아까 괴테 말씀처럼 많이 아는 것보다 하나를 깊이 살아내는 게 중요한데, AI가 너무 빨리 답을 줘버리면 그 과정을 건너뛰게 되는 것 같아서요.

안효주  저도 매우 적극적으로 써요. 제 감정이 복잡할 때 그걸 분석해달라고 하고, 그걸 토대로 저 자신을 이해해서 일기를 써요. 정보성 글을 쓸 때도 문장 배치나 단어 선택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요.

조영훈  두 분은 공부와 글쓰기에 쓰는군요. 저는 진료 현장에서 AI를 도구로 꽤 많이 끌어들이고 있어요. 특히 양방 질환에 대해서는 AI에게 많이 물어봐요. 방문진료를 다녀와서 적어 온 바이탈을 표로 정리해달라고 하거나, 환자가 복용 중인 게 어떤 약인지 확인할 때도 쓰고요. 진료기록 자체도 노션으로 작성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까 말했듯 편리한 만큼 우려도 있어요. AI가 모든 걸 워낙 잘 정리해주니까, 정작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최영주  공부할 때 저희가 느끼는 불안과 똑같은 걸 진료 현장에서 느끼고 계신 거네요.

조영훈  정보 과잉 시대잖아요. 두 분은 '아는 것'과 '행하는 것' 사이의 괴리를 느낀 적 있어요?

최영주  많이 느껴요. 체질 공부를 하면서 '이 체질은 이런 감정 패턴을 조심해야 한다'를 배우면서도, 막상 그렇게 살고 있냐고 하면 긴가민가하거든요. '안다'는 건 이목구비로 정보를 받아들인 거고, '깨닫는다'는 건 스스로 자각해서 몸과 삶에 배는 거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정보 얻기가 너무 쉬워지다 보니, 안다는 착각을 깨달음으로 오해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해요.

조영훈  그 말이 깊네요. 저도 그래서 스와미 비베카난다의 말을 되새겨요. '하루에 한 번은 자신과 대화하라.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에서 훌륭한 한 사람을 만날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 정보와 데이터를 자꾸 쌓아두기만 하지 말고, 이제는 나 자신과 대화하는 데 더 충실해보려고 해요. 정작 만나야 할 훌륭한 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인데 말이죠.

조영훈  그런데 이 '나와의 대화'가 진료실에서도 똑같이 중요하더라고요. 사실 감정에 이름을 붙이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대화 자체가 잘 안 되는 환자분도 많고요. 이때도 알아차림이 중요해요. '내가 이래서 힘들구나' 하는 것만 알아도 마음이 한결 편해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진료실에서 환자가 한 말을 그대로 되돌려드리기도 하고, 질문을 질문으로 다시 던지기도 해요.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게 돕는 거죠. 그게 하나의 기술인 것 같아요.

안효주  질문을 질문으로 던진다는 게, 인터뷰어인 저희한테도 와닿는 말이네요.

조영훈  그러다 보니 저는 진료가 종합예술이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치유의 예술을 찾아서』라는 책이 있는데, 그 제목이 저한테는 늘 마음에 남아 있어요. 검사 수치나 처방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거든요. 환자를 알아가고, 그 사람의 삶을 읽고, 신뢰를 쌓아가는 라포의 과정이 다 진료의 일부예요. 환자를 모르고서는 알 수가 없어요. 침 치료 하나만 하더라도 그래요. 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알아야 비로소 제대로 된 치료가 시작되거든요. 진료를 기술이 아니라 예술로 바라보면, 똑같은 침 한 대도 완전히 다른 일이 돼요.

3부. 한의사가 되기까지 — 너의 선택 이야기

조영훈  저는 한의사가 어릴 때부터 장래희망이었어요. 지금 찬찬히 회상해보면 한의대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있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때 서당이라는 곳을 다녀서 한문과 동양철학을 어릴 적부터 접했거든요. 그래서 전통의학인 한의학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익숙해진 면도 있는 것 같고요. 학부 때 부산대 한의전이 설립된다는 소식을 듣고 그때부터 준비를 시작했어요. 사실 그때는 '번듯한 한의사라는 직업을 갖겠다'는 생각보다는, 대학 시절의 즐거운 추억과 행복한 기억이 워낙 많아서, 한의대에 입학해서 4년을 또 행복한 대학 시절로 보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설렘이 더 컸어요. 그 마음으로 준비했던 기억이 나요. 두 분은 한의전에 오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뭐였어요?

최영주  저는 꽤 돌아온 편이에요. 화학공학과를 가고 원하던 회사에 입사도 했는데, 막상 일을 해보니 뭔가 계속 허전한 거예요. 한참 들여다봤더니, 저는 생각보다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더라고요. 반대로 사람에게 뭔가를 줄 수 있을 때 가장 충만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사실 스무 살 때는 한의사라는 직업을 감히 생각도 못 했어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인가 하는 두려움이 컸거든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달라졌어요. 살면서 크고 작은 책임들을 견뎌오다 보니, 그 무게를 버틸 힘이 저한테도 생겼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그러면서 든 생각이,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하고자 하는 사람이 결국 해낸다는 거예요. 돌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저를 더 잘 알게 되고 감당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는 과정이 먼저였던 것 같아요.

조영훈  저는 학창 시절에 '이런 한의사가 되고 싶다'고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순간순간에 충실한 나로 머물러 있으려 했던 것 같아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서로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 두 분은 한의전에 들어오기 전에 '이런 한의사가 되고 싶다'고 그렸던 모습이 있었어요?

최영주  거창한 그림은 없었어요. 그냥 내가 가진 걸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더 솔직하게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뭔가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주 작고 개인적인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그 마음을 들여다볼수록 원이 점점 넓어지는 것 같아요. 가족, 친구, 그다음엔 만나게 될 환자들, 언젠가는 더 넓은 세상으로요. 처음부터 큰 뜻을 품은 사람은 아니었는데, 사랑하는 사람의 범위가 점점 바깥으로 번져가는 느낌이랄까요.

안효주  특별히 그리는 한의사 상은 없어요. 임상으로 갈지 로컬로 갈지도 아직 확신이 없거든요. 다만 어느 쪽으로 가든, 약을 잘 쓰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분명해요.

조영훈  두 분 이야기 들어보니 저랑도 비슷하네요. 큰 그림보다는 일상의 편안함을 따라가는 편이에요. 사실 지금 진부부한의원을 범일동에 차린 이유도 거창한 게 아니에요. 집이랑 아주 가까워서예요. (웃음) 집에서 가까우니 출퇴근도 용이하고, 한의원에 일이 있으면 집에 있다가도 바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게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방식인 것 같아요. 두 분은 실제 한의전 생활이 기대와 비슷한가요?

최영주  상상과 다른 면은 있지만, 예상보다 훨씬 좋은 방향으로 달라요. 사실 살면서 이만큼 하고 싶은 게 생긴 게 처음이에요. 그러다 보니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그냥 동기가 아니라 진짜로 궁금한 사람들이 됐어요. 한의학을 하는 사람이면 일단 궁금해요. 이 사람은 어디서 왔고, 뭘 재밌어하고, 어떤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는지요. 같은 걸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여기 와서 처음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아요.

4부. 편집위원회 안에서 — 편집위의 세계

편집위 활동 경험

조영훈  저는 편집위원장으로서 궁금한 것들을 취재하고 기록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두 분은 편집위 활동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순간이 언제예요?

최영주  아직 활동을 많이 하진 못했는데, 특히 인터뷰가 너무 기대돼요. 저는 한의학을 하는 사람이면 일단 궁금해지곤 하는데, 인터뷰는 그 궁금함을 정식으로 파고들 수 있는 자리잖아요. 그냥 스쳐 지나갔으면 몰랐을 사람의 이야기를 이유를 갖고 깊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게, 편집위를 하면서 가장 설레는 부분이에요. 오늘 선배님을 만나뵙는 것도 그래요. 블로그로만 보던 분을 직접 마주하고, 그 기록 뒤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들을 수 있다는 게, '이게 내가 편집위에서 하고 싶었던 일이구나' 싶었어요.

안효주  가장 좋았던 순간을 꼽기엔 아직 활동량이 적어요. (웃음) 오늘 선배님과의 만남이 지금까지의 편집위 활동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영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안효주  편집위를 살리려고 교수님들을 뵙고, 교수회의에 올릴 기획안을 내고, 예산도 회수하고, 뉴스룸 홈페이지를 만들고 제1회 반려동물 콘테스트를 진행 중인 지금, 이 모든 게 다 에피소드예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분이에요.

조영훈  편집위 활동이 두 분의 진로나 가치관에 영향을 준 부분이 있어요?

최영주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느낀 게 있어요. 취재의 시작은 먼저 그 사람에게 깊이 관심을 갖는 일이라는 거요. 선배님 블로그를 처음부터 훑으면서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를 계속 생각했는데, 그 과정 자체가 저한테는 이미 배움이었어요.

안효주  리빌딩한 지 얼마 안 돼서 단정하긴 어렵지만, 분명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콜드콜이나 콜드메일로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기획하고, 영역을 확장하는 게 제 진로와 맞닿을 거라고 생각해요.

뉴스룸 기획

조영훈  교지편집위 활동을 '뉴스룸' 방식으로 재개했잖아요. 기존 교지와 뉴스룸의 차이를 어떻게 봐요?

안효주  상시 접속이 가능해서 누구나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에요. 특히 입학을 희망하는 분들은 한의전 정보가 매우 제한적인데, 교수님이나 선배 이야기를 읽고 학교 행사 기록을 보면서 진학 이후의 생활을 가늠해볼 수 있잖아요. 교수님들도 뉴스룸을 보신다고 들었는데, 교수와 학생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조영훈  그런데 저를 인터뷰이로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어요?

최영주  선배님의 블로그를 보고, 임상 공부를 이렇게 깊이 하시면서도 심리학, 책, 여행까지, 한의학을 하는 사람인데 그 안에만 갇혀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글과 기록을 좋아하는 한의사라는 것도 매력적이었고요. 글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 광주첨단한방병원에서 블로그를 보고 선배님께 먼저 연락을 드렸다는 게 너무 자연스럽게 이해됐어요. 서류와 면접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게 글 안에 다 있거든요. 블로그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나'라는 사람을 가장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걸, 선배님을 보면서 느꼈어요.

조영훈 그 이야기가 저한테는 정말 특별한 인연이에요. 광주 첨단한방병원에서 첫 임상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게, 정말 블로그에 글을 쓴 덕분이었거든요. 당시 병원장이었던 문형철 교수님께서 제가 쓴 블로그 글을 보시고 감명을 받았다며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그렇게 첫 임상의 인연이 이어졌죠. 그러고 보면 글이라는 게 참 신기해요.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글이 먼저 사람을 만나러 가 있더라고요. 두 분도 뉴스룸에 남기는 글들이, 언젠가 어디서 누구를 만나게 될지 모르는 일이에요. 그게 기록의 재밌는 점이기도 하고요.

5부. 기록 너머의 삶 — 한의전 밖에서

조영훈  한의원 밖의 저를 표현하는 단어는 '도서관 산책'이에요. 적어도 주 2회 이상 도서관에 산책하듯 책을 빌리러 가요. 반납하러 가는 길도 즐겁고, 보고 싶은 책을 빌려 오는 길도 신나요. 두 분은 공부 시간 외 시간에는 주로 뭘 하나요?

안효주  저는 영화를 봐요. 그리고 좋아하는 배우 덕질을 합니다. (웃음)

최영주  요가를 하러 가요. 몸과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머릿속에 쌓인 것들이 자연스럽게 비워지거든요. 한의학 밖에 진심으로 즐기는 게 있다는 게 오히려 다시 돌아왔을 때 한의학을 더 사랑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선배님 블로그에도 책 관련 글이 정말 많더라고요. 책 이야기 카테고리만 따로 봐도 2,000개가 넘는 글이 쌓여 있는 걸 보고 놀랐어요. 그 비밀이 '도서관 산책'에 숨어 있었던 거네요?

조영훈 (웃음) 들켰네요. 사실 제 블로그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카테고리가 바로 책 이야기예요. 책 읽는 게 정말 즐겁거든요. 책을 읽고 그걸 기록하는 일은 저한테 제일 재밌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도서관 산책'이라는 말도 그래서 단순히 걷는다는 뜻이 아니에요. 여행과 독서, 그리고 일상을 다 아우르는 말이거든요. 적어도 주 2회 이상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시간이, 저한테는 일상이자 작은 여행이기도 해요.

그런데 요즘은 한의원 밖이라기엔 진료의 연장 같은 시간도 점점 늘고 있어요. 작년부터 일차의료 한의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해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분들 댁으로 직접 찾아가고 있거든요. 방문진료를 다니다 보면 어르신 한 분 한 분이 다 다른 삶의 모습을 가지고 계세요. 그 댁에 직접 발을 들인다는 게, 진료실에서 만나는 거랑은 또 다른 깊이가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분 중 한 분은 족관절 급성 골수염으로 일리자로프 외고정술을 받으신 어르신이세요. 주 3회씩 3~4개월을 오랫동안 드레싱을 해드렸는데, 그 시간이 지금도 마음에 남아요. 사실 방문진료 환자분들은 대부분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분들의 댁에서 보낸 시간이 저한테는 책에서 얻을 수 없는 종류의 배움이거든요.

두 분은 요즘 읽고 있는 책이나 빠져 있는 게 있어요?

안효주  아직 빠진 건 아니지만, 풍덩 빠져들려고 마음먹은 분야가 셋 있어요. 첫째는 원형(prototype). 그래서 신화에 관한 책을 빌려놨어요. 둘째는 미래의 모습.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서 경제학 책을 읽으려고요. 마지막은 저의 미적 쾌감을 위한 거예요. 디자인이나 미술 잡지를 보는 걸 참 좋아하거든요. 사람이든 물건이든 아름다운 게 좋아요.

맺는 대화 — 남기고 싶은 기록

최영주 원장님께서는 개인적으로, 혹은 한의학계에 남기고 싶은 기록이 있으세요?

조영훈 저는 막연하지만, 그게 무엇이 됐든 '자꾸 읽고 싶은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두 분은 어때요?

안효주 저는 저 자체가 살아 있는 기록이 되고 싶어요. 나아가 소설도 쓰고 싶고, 한의학 관련 번역서도 내고 싶어요. 학부 시절 우연히 통번역 학원을 다니며 번역을 배우다가 일할 때 번역서를 낸 적이 있는데 너무 재밌었거든요. 한의학이 제대로 이해되도록, 영미 문화권을 잘 이해한 용어를 써서 영어 번역서를 내고 싶습니다.

최영주 저는 에세이를 가장 즐겨 읽어요. 그 저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게 재밌거든요. 내가 한 번도 그렇게 본 적 없던 일상이 그 사람의 시선을 빌리면 완전히 다르게 보이는 경험이요. 저도 언젠간 그런 글을 쓰고 싶어요. 한의학적 세계관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에세이요. 한의학을 설명하려는 게 아니라, 읽다 보니 어느새 그 시선으로 일상을 같이 보고 있고 그게 생각보다 재밌다는 걸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글이요. 한의학이 사실 삶과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는 걸 누군가 글을 통해 즐겁게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영주 원장님은 10년 후의 자신에게 지금의 기록이 어떤 의미가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조영훈 저는 사실 10년 뒤 계획 같은 건 없어요. (웃음) 저에게는 지금 이 순간, 지금의 현실이 가장 중요해요. 이제는 딱히 하고 싶은 게 있다기보다,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방향과 키를 잡고 나아가기보다, 제 마음을 잘 들여다보면서 바람과 파도에 몸을 맡겨본다는 느낌이랄까요.

저를 견디게 하는 동력은 즐거움이에요. 진료도 대부분이 재밌어요. 오히려 매일 똑같이 루틴하게 진단하는 일이 반복되면 그때 번아웃이 올 것 같아요.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물밀듯 쏟아지면 누구나 번아웃이 오는데, 저는 그러기 전에 미리 할 일을 좀 줄여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말 꼭 해야 하는 일은 많지 않거든요. 나머지는 어쩌면 욕심이고 과욕이죠. 하루에 하고 싶은 일 한두 개만 해낸다는 마음으로 사는 게, 저한테는 오래 즐겁게 가는 방법인 것 같아요.

최영주 지금 이 순간을 즐긴다는 말씀이, 기록을 재밌어서 하신다는 것과도 이어지는 것 같아요. 저는 10년 뒤에 지금의 기록을 보면서 '그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고 웃을 수 있는 기록이 됐으면 해요. 지금의 이 불확실함과 설렘이 그때는 귀엽게 보일 것 같거든요.

안효주 저는 '노력했구나, 그리고 그게 이렇게까지 잘 이어지고 발전해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조영훈 오늘 이 대화도 하나의 기록이 될 텐데, 이 만남에서 가장 기억에 남기고 싶은 게 있다면요?

최영주 저는 선배님이 기록을 어떻게 삶으로 만들어오셨는지 직접 느낀 거요. 블로그로만 보던 분을 직접 만나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오늘의 기록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대화가 나중에 제가 어떤 한의사가 됐을 때 시작점처럼 남아 있으면 좋겠어요.

안효주 저는 편집위원장 선배님께 편집위를 꾸린 노하우를 전수받은 것으로 기억에 남고 싶어요. 편집장으로서의 책임과 부담을 — 누가 준 것도 아닌데 저 스스로 — 느끼고 있어서요. (웃음)

최영주 마지막으로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저희 교지편집위원회의 모토가 "기록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습니다"인데요. 이 모토에 대해 원장님은 어떻게 느끼셨어요?

조영훈 좋은 모토예요. 그리고 두 분이 그 문장을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더 궁금하네요.

안효주 사실 저는 기록되지 않아도 존재는 한다고 생각해요. 그 문장은 일부러 '훅(hook)'을 주려고 적은 거였거든요. 다만 '기억'되려면 기록되어야 한다고 봐요. 그런데 적고 보니 기억도 결국 누군가의 인식 속 존재잖아요. 그렇게 보면 '기록되지 않으면 인식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타당성을 갖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이 대담도 누군가의 인식 속에 자리 잡는 기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조영훈 저도 한 가지 보태고 싶네요. 그것이 무엇이 됐든 자꾸 읽고 싶은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게 제 바람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묻고 싶어요. 이 기록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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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대담이었습니다. 이 인터뷰를 기록하면서,
이 기록을 누가 끝까지 읽을지 걱정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장장 5시간에 걸친 선배님과의 대화를
저희는 오롯이 담아내어 전달드리고 싶었습니다.
한의전 재학생과 교수님들,
그리고 이 글을 클릭하시는 예비 한의전 입학생들 등
한의전에 관심을 가진 분들 모두에게
로컬 한의사로 일하는 선배님의 생각과 일상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치유는 통합적 예술이라고 합니다.

손목이 아파서 온 목수에게 진통제만 놔주는 의사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하고 그래서 아프구나 - 를 알아주는 치료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인터뷰 끝자락에서 한참 기억이 남았습니다.

진부부 한의원 블로그 https://blog.naver.com/pnukmed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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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주 학생기자(18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