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뉴스룸

선배의 조언

[진짜 필드이야기1] “한의학은 올드(old)가 아니라 클래식(CLASSIC)이다”

20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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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인허브 한의원 대표원장
박호영 선배가 말하는
브랜딩, 도전, 그리고 ‘새로운 한의학’

서울 강남 도산대로 한복판, 바인허브 한의원에 들어서면 먼저 “이곳이 정말 한의원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샹들리에와 폭포수, 발리풍 정원, 곡선 중심의 공간, 밝음과 어둠이 대비되는 동선까지. 익숙한 한의원 이미지와는 분명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수익률만 생각하면 베드(bed)를 더 넣는 편이 낫다는 조언도 있었지만, 박호영 원장은 그 대신 사람들이 들어서는 순간 느낄 수밖에 없는 ‘와우(Wow😯) 포인트’를 택했다. 그에게 공간은 설명보다 먼저 작동하는 브랜딩이다. “보이는 순간 설명이 필요 없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 한마디는 병원뿐 아니라 그의 커리어 전반을 설명하는 문장처럼 들렸다. 그를 움직이는 동력을 묻자 돌아온 답은 더 간결했다. "재밌으니까요.”

부산대 한의전 6기 출신 선배이자 바인허브 대표원장인 박호영은 스스로를 ‘만들어진 길을 따라가기보다, 뭔가를 만들어가는 사람’에 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행보는 전형적인 한의사 커리어의 범주를 자주 벗어난다. 학생 시절에는 의치한간 연합축제에서 클럽파티를 기획했고, 이후에는 피부미용, 방송, 스포츠 팀닥터, 콘텐츠 제작, 병원 브랜딩까지 한의학 바깥의 언어와 감각을 적극적으로 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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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순간 설명이 필요 없게”

박 원장이 가장 자주 강조한 단어는 ‘브랜딩’이었다. 그는 한의학이 대중에게 여전히 ‘올드한 것’으로 소비되는 현실이 아쉽다고 했다.

한의학은 올드한 게 아니에요. 클래식한 거죠. 그런데 그걸 올드하게 보이게 만드는 이미지가 문제예요.”

그래서 그가 택한 방식은 ‘보여주기’였다. 바인허브한의원의 인테리어는 그런 고민의 결과다. 그는 한의학 공간이 자연을 느끼게 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발리풍 정원과 숲속에 들어온 듯한 감각, 밝고 어두운 구역을 나눈 음양의 대비, 직선보다 곡선을 살린 구조까지 직접 구상했다고 했다. 수익률을 위해 더 많은 베드를 넣으라는 조언도 있었지만, 그는 대신 “설명하지 않아도 기억되는 공간”을 택했다.

그는 언어 역시 브랜딩의 일부라고 말했다. 방송 현장에서 한약을 건넬 때도 ‘작약감초탕’이라기보다 ‘천연근육이완제’, 쌍화탕은 ‘천연회복제’, 당귀작약산은 ‘천연생리통약’처럼 번역해 설명했다는 것이다.

“한약을 그냥 깜장물처럼 느끼게 하면 안 되죠. 사람들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써야 해요.”

이런 감각은 병원의 포지셔닝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그는 바인허브를 전통적인 한의원이라기보다 오리엔탈한 피부과, 혹은 성형외과처럼 인식되길 원했다고 했다. 값싼 진료의 이미지가 아니라, 처음부터 고급스럽고 세련된 분야로 한의학을 접하게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랍권부터 동남아, 북미, 유럽까지 다양한 국적의 환자들이 에이전시와 입소문을 통해 병원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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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정체성? 내가 원래 갖고 있던 것에서 나온다”

부산대 한의전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다양한 전공과 경력을 가진 학생들이 모인다는 점이다. 박 원장은 이를 한의전의 큰 장점으로 봤다.

“100% 도움이 됩니다. 한의학을 하기 전부터 갖고 있던 경험이 결국 자기만의 아이덴티티가 되거든요.”

그는 꼭 ‘정통 의료 배경’만이 장점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서비스업, 경영, 제조업, 콘텐츠, 운동, F&B 같은 경험도 한의학과 만나는 순간 새로운 색깔이 된다는 것이다. 본인 역시 한약학과 출신이지만, 학부 시절에는 연극영화과 진학을 고민할 만큼 방송과 연예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방학 때는 단역 아르바이트도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런 경험들이 방송 현장이나 연예계 사람들과의 라포 형성에 그대로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어느 업계의 생리를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통할 수 있는 언어예요. 내가 그쪽 출신으로서 한의사가 되면, 그 사람들한테 한의사 이미지를 대표하는 게 내가 되는 거죠.”

그는 이 지점을 ‘한의학 + a(알파)’라고 표현했다. 한의학만으로 닫혀 있지 않고, 각자가 원래 갖고 있던 점들을 연결할 때 더 넓은 그림이 나온다는 것이다.

“점잇기, 그러니까 ’Connecting the Dots’를 해야 해요. 그런 게 모였을 때 한의학의 저변이 넓어지는 거예요.”

2015년 4학년 때 미리 찍은 졸업 사진. 가운이 다소 어색했던 때도 있지만, 이제는 개원가에서 어엿한 한의사이자 경영자로서 활동 중이다. /박호영 선배(6기) 제공

학생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의치한간 연합축제를 꼽았다. 당시 그는 “남들이 하는 걸 그대로 답습하는 게 싫었다”며 할로윈 콘셉트의 클럽식 파티를 기획했다. 처음에는 “미쳤나 보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우리 때는 클럽파티도 있었다”는 식으로 회자되는 추억이 됐다.

“결국 서로 친구가 되면 훨씬 많은 게 가능하거든요. 양한방 협진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제도 이전에 사람 사이의 감정 교류가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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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예능 프로그램 ‘골때리는 그녀들’의 팀닥터로 활동하는 와중에 촬영한 사진. 한의사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팀닥터로 일하겠다는 도전은 쉽지 않은 길이었다. 한의학이 가진 올드(old)한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박호영 한의사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뚫기 위해 더 노력했다. /박호영 선배(6기) 제공

방송과 스포츠, 한의학의 무대를 넓히다

이런 생각은 그가 방송과 스포츠 현장에 진입한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의 팀닥터가 된 것 역시 “안 되는 것을 뚫은 사례”라고 했다. 처음부터 환영받은 건 아니었다. 초반에는 제대로 된 공간도 없이 마사지와 테이핑만 요구받았다. 그는 불평 대신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자신이 잘하는 목뼈 교정과 기본 처치를 스태프들에게 꾸준히 해주었고, 그렇게 시즌1이 끝날 무렵 분위기가 달라졌다. 시즌2에서는 스태프들이 먼저 한의사의 필요성을 이야기했고, 결국 양방과 같은 크기의 의무실도 따로 마련됐다.

현장은 조금씩 바뀌었다. 처음에는 연예인들에게 본격적인 한의치료를 적용하기 쉽지 않았지만, 치료 만족도가 높아지고 라포가 쌓이면서 흐름이 달라졌다. 존재감이 큰 출연자들이 먼저 침치료를 받겠다고 하면서, 마사지 수준을 넘어 더 적극적인 치료가 허용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골때녀 팀닥터라고 말하면 설명이 필요 없잖아요. 사람들이 보는 눈이 달라져요. 그게 브랜딩이에요.”

그는 방송과 콘텐츠를 부업이나 취미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한의학의 이미지를 탑다운 방식으로 바꾸는 통로로 본다. 강남의 의·치·한 출신들이 함께 만든 유튜브 콘텐츠, 숏폼 시리즈 제작, 해외 판권 판매 같은 경험도 모두 같은 맥락에 있다.

“유명인, 연예인이 즐기면 이미지가 탑다운으로 바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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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한의학에 대해 가진 인식을 바꿔야한다고 박호영 한의사는 생각한다. 쓰고 떫고 검고. 이것이 ‘한약’에 대해 가진 일반적 인식이다. 한약에 대한 인식이 정형화되면 한의학의 바운더리는 한정된다. 이것을 타파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총명탕 성분을 담은 초콜릿, 즉 총명초콜릿이다. 출시 이후 5월 중 연 팝업스토어에서 총명초콜릿은 완판을 기록했다. /박호영 선배(6기) 제공

총명초콜릿, 한의학을 더 넓은 일상으로

그가 최근 힘을 쏟고 있는 또 하나의 프로젝트는 ‘총명초콜릿’이다. 공진단처럼 한의학적 상징성이 강한 처방과, 사람들이 일상에서 익숙하게 찾는 초콜릿의 형식을 연결해보려는 시도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집중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총명탕 계열 개념을 초콜릿에 담아내는 방식인데, 몇 년간 레시피를 실패해오다 최근에서야 제품화 단계까지 왔다고 했다.

이 대목은 단순한 상품 개발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았다. 한의학이 탕약과 침, 진료실 안에만 머물지 않고 사람들의 일상 소비 경험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느냐는 질문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고급화로 갈지, 대중화로 갈지, 한약의 맛을 어느 정도 남길지에 대한 고민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는 한약을 ‘깜장물’의 이미지로 남겨두고 싶어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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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는 끝이 아니라 입구다

피부미용 분야에 대한 그의 시각도 인상적이었다.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라는 인식에 대해, 그는 오히려 “이제 한의학의 흐름은 피부”라고 말했다. 물론 피부 시술을 받으러 굳이 한의원에 오지 않던 사람들을 한의원으로 오게 만들 유인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가 보는 한의학의 강점은 시술 자체를 넘어서 있다. 피부를 계기로 들어온 환자를 장기능, 생활 패턴, 전신 건강 상태까지 함께 보는 데 있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효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피부는 분명 강력한 접점이다. 하지만 그는 그 접점이 단지 “예뻐지는 시술”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봤다. 피부는 환자와 라포를 쌓는 입구이고, 그 과정에서 환자 자신도 몰랐던 전신적 문제를 함께 들여다보게 되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한의학은 양방과 제도적으로 동등한 조건만 갖춰진다면 밀릴 게 없어요.”

그는 자신의 mbti 타입을 ‘ENFP’라고 소개하며 “낭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듣고 있으면 그 낭만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돌파하게 만드는 쪽에 가깝다. 그는 남들이 정답이라고 하는 길보다, 나중에 스스로 덜 후회할 길을 택하는 편이라고 했다.

“정답은 없어요. 타인이 내 삶을 살아주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지만, 해보면 뭐라도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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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지막에 꼭 남기고 싶은 기록을 묻자,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힙한 한의사라는 말은 조금 가벼운 것 같아요. 저는 한의사로서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박호영 원장은 한의학을 지키는 데서 멈추지 않고, 계속 다른 세계와 점을 잇고 새로운 장면을 만들고 있었다.
그가 말한 “Connecting the Dots”는 결국 그런 삶의 방식이었다. 올드가 아니라 클래식인 한의학을, 오늘의 공간과 언어, 방송과 스포츠, 피부미용과 콘텐츠의 무대 위에서 다시 보이게 하는 일. 그의 커리어는 한의학에 아직 열어볼 문이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꽤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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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영/안효주 학생기자(18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