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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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데바 기증자 추모식] 배움의 시작 앞에서 고개 숙이다

20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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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치한간호대, 카데바 기증자 합동추모식 열어

2026년 4월 30일 오후 4시 30분, 부산대학교에서는 지난해 해부학 수업을 위해 시신을 기증한 이들을 기리는 합동추모식이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의과대학, 치과대학, 한의학전문대학원, 간호대학 학생과 교원, 그리고 유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날 추모식은 해부학 실습이 단순한 수업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지막 기증 위에서 가능해진 배움임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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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과 학생이 함께한 추모의 시간

행사장 앞자리에는 유가족들이 먼저 자리했고, 뒤이어 의·치·한·간호대 학생들과 교원들이 차례로 입장했다. 기증자 호명으로 시작된 추모식은 부산대 의과대학장의 인사말, 의·치·한·간 각 학생대표 인사, 유가족 대표 인사 순으로 이어졌다. 이후 의·치·한·간 각 단과대학 학장단이 차례로 헌화와 묵념을 했고, 해부학교실 교수들과 교직원 분향 및 헌화가 뒤따랐다. 학생 헌화는 의대, 치대, 한의전, 간호대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헌화에 참여한 학생은 모두 130명 가량으로, 의대 60명, 치대 30명, 한의전 30명, 간호대 10명으로 구성되었다.

부산대 한의전 학생대표로 인사한 이태영 학생(석사 2학년)은 “저희 인생의 ‘첫 환자’로서 카데바를 마주한 첫 날을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것”이라며 “큰 결정을 내려주신 기증자 및 유족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품고 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의전 해부학 실습을 위해 육신을 기증하신 분들의 성함은 ‘김순덕 선생님, 김정준 선생님, 이홍자 선생님, 정순례 선생님, 한상호 선생님’이라고도 밝혔다. 학생대표의 말은 해부학 실습이 지식 습득의 과정인 동시에, 누군가의 숭고한 기증 위에서 이루어지는 배움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묵념이 시작되자 행사장은 조용히 가라앉았다. 참석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고개를 숙였고, 해부학 실습실에서 ‘카데바’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던 배움의 대상은 이 자리에서 다시 한 사람의 삶과 가족의 기억으로 돌아왔다. 학생들에게는 익숙했던 실습의 기억이, 유가족들이 함께한 추모식장 안에서는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오는 순간이기도 했다. 추모식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배움과 기증, 교육과 존엄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가치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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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의 뜻을 기억하는 일도 배움의 일부

이날 추모식의 의미는 유가족의 말에서 더욱 또렷해졌다. 부산대 의대의 이연주 교수는 이날 유가족 대표로 참석했다. 이 교수의 아버지인 고 이경재 선생님은 심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시신 기증을 결심했다. 의학 공부의 길을 가는 자녀를 생각하여 내린 결정이었다. 유족들 또한 깊은 고민 끝에 의학 발전에 기여하자는 뜻에 동의했다고 전해졌다. 시신 기증이 한 개인의 결심에만 머무는 일이 아니라, 남겨진 가족의 숙고와 동의까지 함께 필요한 결정임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수십년 전부터 기증 의사를 경우도 있었다. 고 김점연 선생님의 유가족은 고인이 약 20년 전부터 시신 기증 의사를 밝혀왔으며,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등록했다고 전했다. 김점연 선생님은 2024년 3월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자택에서 요양하다가 향년 94세로 2025년 12월 별세했다. 고인의 아들 김동진씨는 “어머님의 뜻이 학생들의 공부에 도움으로 이어졌길 바란다”고 말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말은 이날 추모식이 왜 열려야 하는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누군가의 죽음이 끝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배움과 성장에 닿기를 바라는 뜻이 그 안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재웅 부산대 한의전 해부학교실 교수는 “해부학은 의학 공부의 토대로서 실제 인체를 보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도와주신 기증자 분들을 잊지 말자”라며 “고인분들의 숭고한 정신에 기반한 정신을 잊지 않고 미래의 환자들을 소중히 대하기를 당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부학 실습이 단순히 인체 구조를 익히는 과정에 그치지 않고, 생명과 죽음, 그리고 의료인의 태도를 함께 배우는 시간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추모식에는 부산대병원 이비인후과에서도 두 명이 참석해 함께 헌화와 묵념을 했다. 여러 단과대학과 의료 현장의 구성원들이 함께했다는 사실은 시신 기증이 특정 학과의 실습을 위한 차원을 넘어, 의학·보건의료 교육 전체를 지탱하는 공적 기여임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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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카데바 실습은 인체 구조를 배우는 가장 직접적인 경험이지만,

동시에 생명과 죽음, 의료인의 태도와 윤리를 가까이서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의치한간호대가 함께한 이날 합동추모식은
해부학 실습을 가능하게 한 기증자들의 뜻을 공동체가 함께 기억하는 자리였다.

4월의 마지막 오후,
학생들과 유가족, 교수와 교직원들이 함께 고개를 숙인 그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배움은 언제나 누군가의 나눔과 책임 위에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이날 추모식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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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주/김유준 학생기자(18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