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뉴스룸

문화 일반

[제5회 동제신춘문예] 평론 부문 심사평

202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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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심사평>

—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류정아

○ 수상작

우수작: 안효주. 「사랑이 제도가 될 때 -영화 <결혼 이야기>로 들여다 보는 관계 재구성의 윤리- 」

우수작: 최영주. 「정세랑 소설에 나타난 삶의 윤리」

가작: 임선우. 「그래서 氣가 뭔데?」

금번 제5회 동제 신춘문예 공모에는 평론 부문 여섯 편을 비롯하여 다수 작품이 출품되었습니다.

2022년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처음 시작된 동제 신춘문예 공모전이 2025년 가을 새롭게 개최된 부산대학교 교수회 주최 문창 문예 공모전 성황리 개최에 탄력받았음인지, 2026년에는 예년에 비해 월등히 많은 작품이 출품되었습니다. 향후 학생들의 관심과 감성·지성 발휘 통로로 적극 활용을 받고 교·직원의 참여에로도 확장되길 바라마지않습니다.

평론 부문 여섯 편의 출품작 중 먼저 “사선(사선)의 기록, 혈흔 속에 새겨진 인술(인술)의 문장 :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와 한의학적 ‘동제(동제)’ 철학의 필연적 만남”에 대해 보겠습니다.

이 글은 서론과 결론 각 1문단과 본론 9문단, 총 11개의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9개의 본론 문단들은 드라마의 내용과 胃氣, 急則治表, 太醫精誠, 同濟, 仁術, 醫道傳授, 取穴의 7가지 한의학 내용들을 각각 대응시켜 서술하였습니다. 생명의 엄중함을 지키는 응급의학의 여러 측면을 한의학의 전통적 명제들로 치환하면서 드라마가 주는 긴박감, 몰입감, 중압감, 카타르시스 같은 생생한 현장감을 한의학에 재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글로 읽힙니다. 그러나 글의 귀결은 의학, 의료인, 한의학의 위대함에 대한 찬사 내지는 美化로 이어지고 어떠한 문제의식의 제기나 그 해결책에 대한 고민이 많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음으로, “정세랑 소설에 나타난 삶의 윤리”에 대해 보겠습니다.

이 글은 <재인, 재욱, 재훈>, <덧니가 보고싶어>, <보건교사 안은영>, <지구에서 한아뿐> 같은 소설을 지은 정세랑 작가의 삶에 대한 가치관을, ‘사람을 구한다는 것’의 현대 사회에서의 의미와 ‘일(직업)’의 현대 사회에서의 의미, 크게 두 가지 주제로 통찰하였습니다. 중간중간 소설의 문장들을 인용하기도 하였는데 논자가 공감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유하고 싶은, 정세랑 작가의 세상에 대한 진실한 통찰이 녹아 있는 구절들로 보입니다. 글 전체가 논자의 두 가지 주제로 잘 정리되어 있고, 논자의 글을 통해 정세랑 작가의 ‘사람을 구한다는 것’이나 ‘일(직업)’ 같은 보편 명제에 대해 무사안일하지만 살아가기는 힘든 ‘현대 사회’라는 특수성에서의 다시 보기, 문제의식, 해결책에 대한 모색 등의 인식이 잘 전해집니다. 작가의 책을 구해 직접 읽어보아도 좋겠지만,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고유한 인식 작업과 그에 영향받은 논자의 인식 확장을 짐작할 수 있으며, 독자도 덩달아 ‘아 그렇지!’ 하는 독서 경험을 얻습니다.

다음으로, “사랑이 제도가 될 때-영화 <결혼 이야기>로 들여다보는 관계 재구성의 윤리-”에 대해 보겠습니다.

이 글은 앞머리에 영화 <결혼 이야기>가 위로나 카타르시스를 주기보다는 껄끄러운 현실을 응시하게 만드는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영화’라고 전제합니다. 그리고서 1) ‘사건’이 아닌 ‘누적’으로 무너지는 관계 2) 직업과 공간의 비대칭: 뉴욕의 예술과 LA의 산업 3) ‘좋은 이혼’의 환상과 기억의 재조립 4) 법적 공방 장면: 당사자의 침묵, 대리인의 폭력 5) “네가 좋겠어!”: 가장 잔혹한 말이 가장 깊은 애정의 흔적일 때 6) 부부 밖의 관계: 결혼이 만들어낸 연의 잔존 7) 연출 기법에 대하여: 담담함의 기술과 소리의 절제, 일곱 가지 요소로 영화의 거의 모든 측면을 빠짐없이 포착해 논자의 언어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영화의 여러 측면을 재구성한 논자의 언어는 오랜 사유를 거친 듯 정제되어,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영화를 통해 익히 아는 현실이 아닌 낯설고 참된 현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논자의 시선은 주인공이 아닌 등장인물들과 스크린 밖의 감독, 촬영, 음악에까지 두루 닿아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입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합니다. 만약 영화 <결혼 이야기>를 처음으로 보게 된다면 논자가 제시한 것과 같은 요소들을 미처 의식화하지 못한 채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시간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다음으로, “잿더미 속에서 발견한 판도라의 민낯 : <아바타: 불과 재>가 던지는 불편한 거울”에 대해 보겠습니다.

이 글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시리즈가 3편까지 제작·상연되면서 구축해 온 소위 ‘아바타 월드’에 천착하는 논자가 그와 같은 공감대를 가졌을 것이라 여겨지는 동시대인들을 향해 한편으로는 공감대를 향유하고 한편으로는 거기에 바탕해서 현실을 반조해 보자고 권유하는 취지로 읽힙니다. 글의 뒷부분에 단절, 혐오, 타자 배척과 같은 ‘증오’의 현실을 영화를 통해 투영해 보자는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으나, 대다수 내용은 3편인 <아바타: 불과 재>가 1편이나 2편과 무엇이 달라졌는지와 그에 따라서 소위 ‘아바타 월드’가 어떻게 확장·전개되어 가는지 추세를 전달·묘사하며 앞으로 출시될 4편에서 또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감을 표하는 등 논자의 아바타 덕후로서의 감동과 애정을 진하게 표출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다음으로, “그래서 氣가 뭔데?”에 대해 보겠습니다.

이 글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졸업을 앞둔 논자가 처음 한의학을 접할 당시 용어나 개념이 생소하고 그때까지 보편적으로 받아 온 교육과는 철학적 문화적 배경이 달랐던 기초한의학 이론에 대해 스스로에게 그리고 후배 학생들에게 자기의 생각과 나름의 이해를 정리하고 남겨주려는 취지로 읽힙니다. 답을 정해놓지 않고, 직접 겪으면서 느끼고 생각한 접근 방법과 문제의식 내지는 이해를 담담하고 솔직하게 밝힘으로써 논자와 비슷한 교육 과정을 경험할 후배 학생들에게 공감을 얻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그 내용을 조금 더 상세하고 길게 서술하였어도 좋았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원더풀 라이프>, 영화로 구현되는 인생의 조각”에 대해 보겠습니다.

이 글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원더풀 라이프>를 글로써 독자에게 상영하려는 취지로 읽힙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결말까지 시간 흐름에 따라 장면, 등장인물, 카메라 앵글, 사건, 다른 작품들에서도 느낄 수 있는 감독의 세계관, 그리고 영화의 내용 자체를 영화 제작 과정과 같게 유추하도록 한 설정까지, 섬세한 묘사와 설명으로 <원더풀 라이프>를 상영합니다. 논자의 안내가 마치 영화에서 관객을 이끄는 카메라 화면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침내 결국 총체적인 시야를 갖게 되지만, 그때까지는 카메라가 비추는 대로 논자가 안내하는 대로 이리저리 따라갈 수밖에 없어서 조금은 어지러운 느낌도 듭니다. 논자는 독자를 ‘기억’의 문제와 영화 속에 구현한 영화 제작 과정으로 이끌어 갑니다. 그러나 정작 감독은 영화의 제목을 <원더풀 라이프>로 하였음에 대한 논자의 해설이 없습니다. 정해진 답이 있지 않겠으나, 영화의 내용을 ‘원더풀 라이프’의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연관 지은 ‘안내’가 없었음을 글로 하는 상영이 마쳐진 후에 문득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상 제5회 동제 신춘문예 공모에 출품된 평론부문 여섯 편 작품에 대한 심사평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