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뉴스룸

교수 인터뷰

[외전(外傳) 2] 한방병원 교수는 왜 ‘신춘문예’를 여나 - 권강 교수

202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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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를 열어 ‘신춘문예’를 여는 권강 부산대 한의전 교수 (부산대 한방병원 안이비인피부과)

동제신춘문예로 바라본 글쓰기와 성장

의학 교육기관에서 문학 공모전이 열린다. 조금은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다. 시험과 실습, 논문과 임상으로도 벅찰 것 같은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시와 산문, 평론을 공모하는 행사가 매년 열린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매년 개최되는 ‘동제신춘문예’가 바로 그 사례다. 학생들의 글쓰기와 사고 능력을 기르기 위해 시작된 이 행사는 단순한 문학 대회를 넘어, 학문과 글쓰기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가 쌓이면서 이제는 한의전의 봄을 알리는 상징적인 행사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난 4일 권강 교수를 만나 동제신춘문예의 기획 배경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권강 교수는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안이비인피부과학을 연구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글쓰기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문학 공모전 ‘동제신춘문예’를 기획·운영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한방병원 안이비인피부과에 재직 중인 권강 교수의 인터뷰를 위해 지난 4일 진료실을 찾았다. /김유준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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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의전에서 ‘동제신춘문예’를 열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저는 예전부터 사람의 ‘성장’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사람이 성장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유학에서는 ‘육예(六藝)’를 이야기하죠.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 이렇게 여섯 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사, 즉 활쏘기나 어, 다시 말해 마차를 모는 기술 같은 것은 현대 사회에서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악, 즉 음악이나 서로 대표되는 글쓰기는 지금도 충분히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글쓰기는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음악은 어느 정도 전문적인 훈련이나 환경이 필요할 수 있지만, 글쓰기는 일상 속에서 비교적 곧바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학생들이 글을 쓰는 경험을 통해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자기 언어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학생들을 보면 요약본을 보거나 빠르게 훑어 읽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물론 그런 학습 방식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직접 글을 써 보면 생각을 정리해야 하고, 문장으로 표현해야 하고, 결국 자기 사고를 한 번 더 구조화하게 됩니다. 저는 바로 그 과정 자체가 학생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성장의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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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수님의 글쓰기 습관에 대해 궁금합니다.

A. 저는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거의 습관처럼 이어져 왔죠. 수십 년이 된 셈입니다.

어릴 때 부모님께서 책을 굉장히 좋아하셨습니다. 집에 책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독서 환경 속에서 자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책 읽는 것도 익숙했고, 글쓰기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돌아보면 독서와 글쓰기가 따로 놀았던 게 아니라, 늘 함께 갔던 것 같습니다. 읽다 보면 쓰고 싶어지고, 쓰다 보면 다시 더 읽게 되는 식이었죠.

사실 한때는 문예창작 쪽 진로를 고민해 본 적도 있습니다. 물론 결국 한의학을 선택하게 됐지만, 글쓰기에 대한 관심은 계속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글을 쓰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을 보다 현대적인 언어로 풀어 설명하는 책을 집필하고 있는데, 가능하다면 올해 안에 단독 저자로 책을 한 권 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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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동제신춘문예는 어떻게 시작된 행사인가요?

A.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에 임용된 것이 2012년입니다. 그 이후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하다 보니 글쓰기와 관련된 행사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사실 2013년쯤부터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생각이 곧바로 현실이 되지는 않더군요. 실제로 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2021년입니다. 그 사이에도 ‘언젠가는 해야겠다’는 마음은 계속 있었고, 어떤 방식이어야 학생들에게 부담보다는 동기부여가 될지 나름대로 구상해왔습니다.

한의전에는 교지편집위원회라는 학생 조직이 있습니다. 교지 발행과 학내 기록을 담당하는 조직이죠. 이런 학생 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문학 공모전 같은 행사도 실제로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동제신춘문예 역시 교지편집위원회와 함께 진행되는 행사입니다. 학생들이 단순히 응모자로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과 기록에도 관여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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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문학이라는 형식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저는 한의학이라는 학문이 단순히 파편적인 지식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지식이 서로 연결되면서 전체적인 이해가 생기는 학문이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이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굉장히 좋은 훈련입니다. 어떤 개념을 정말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자기 문장으로 풀어 쓰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글로 써보는 순간,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잘 모르고 있는지도 분명히 드러납니다.

문학이라고 해서 꼭 거창한 글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적인 경험을 짧게 적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글쓰기를 어렵게 느끼기보다, 오히려 ‘글을 쓰는 재미’를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 이전에, 먼저 써보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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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은 요약본을 빠르게 읽는 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직접 글을 써 보면 생각을 정리하는 경험을 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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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학문과 글쓰기의 관계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는데요.

A. 오늘날 학문은 흔히 논문 중심으로 이해됩니다. 하지만 사실 논문이라는 형식이 학문의 중심이 된 것은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전에는 에세이, 서신, 메모, 노트 같은 다양한 형태로 지식이 전달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라이프니츠 같은 학자도 방대한 메모와 편지를 통해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켰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학문이라는 것도 결국은 생각을 남기고, 다듬고, 다시 발전시키는 글쓰기의 축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논문을 쓰기 이전 단계에서라도 자유롭게 글을 써 보는 경험을 했으면 합니다. 동제신춘문예의 목적도 학문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있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글쓰기 습관을 통해 성장하는 계기, 자기 생각을 끝까지 밀고 가 보는 경험을 만드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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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동제신춘문예의 반응은 어땠나요?

A. 지금까지 열린 행사 가운데 가장 관심이 높았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의 참여도도 꽤 활발했습니다.

특히 시 부문의 경쟁률이 높았습니다. 편수 기준으로 보면 약 4대 1 정도였고, 참가자 수 기준으로 보면 약 2.5대 1 정도였습니다. 문학 공모전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산문 쪽 참여가 더 많지 않을까 예상하기 쉬운데, 오히려 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짧은 형식 안에 응축해서 자기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는 방식에 학생들이 매력을 느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평론 분야에서도 학생들이 더 많이 참여해 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창작만이 아니라 읽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경험도 학문과 글쓰기의 연결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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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강 교수가 요즘 읽는 책들. 진료실 한 켠, 손이 닿는 곳에 책이 있다. 한의학은 물론 인공지능(AI), 정치철학 등 관심 분야도 폭넓다. /김유준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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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수님의 독서 습관은 어떠신가요?

A. 요즘은 인공지능 관련 책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기술 변화가 빠르다 보니 그런 흐름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1년에 40권에서 50권 정도 읽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1년에 20권 정도 읽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읽으려고는 합니다. 전공서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책도 함께 읽으려고 하고요. 그렇게 해야 시야가 너무 좁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독서에서 중요한 것은 권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보다는 한 권의 책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많이 읽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어떤 책 한 권이 오래 남아서 생각을 바꾸는 경험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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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며

동제신춘문예는 단순한 문학 공모전을 넘어, 학생들이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빠르게 소비되는 정보의 시대 속에서, 천천히 생각하고 기록하는 글쓰기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권강 교수의 진료실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책이었다. 전공서와 교양서, AI와 정치철학 책이 한 공간에 함께 놓여 있었다. 한의학을 가르치는 교수의 진료실에서 문학 공모전 이야기를 듣는 일은 어쩌면 조금 낯선 경험일 수 있다. 그러나 인터뷰가 끝날 무렵에는 오히려 그 조합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사람을 이해하고, 생각을 다듬고, 자기 언어로 표현하는 일은 문학의 영역인 동시에 학문의 영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소비되는 정보의 시대 속에서, 글쓰기는 여전히 생각을 가장 깊이 정리하는 방식이다. 동제신춘문예가 학생들에게 남기는 것도 결국 그런 경험, 즉 ‘잘 쓰는 법’ 이전에 ‘생각해 보는 법’일지 모른다.

김유준/안효주 학생기자(18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