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봄, 부산대 한의전이라는 정원에 볕이 들 때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에 다시 봄이 찾아왔다. 누군가에게는 치열했던 경쟁 끝에 거둔 첫 성취의 결실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환경을 뒤로하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내딛는 용기 있는 첫걸음의 현장일 것이다. 2026년 봄, 우리 공동체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15기 졸업생과 19기 신·진입생에 다시 한번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낸다.
『황제내경·소문』 「사기조신대론」에 따르면, 봄 석 달, 즉 春三月은 發陳의 시기다. 이는 단순히 묵은 것을 벗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겨우내 갈무리했던 생명력이 새로이 피어난다는 역동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시기에는 옷과 머리를 느슨하게 하여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해방하라고 가르친다. 또 만물이 소생하는 때인 만큼 '살리되 죽이지 말고, 주되 빼앗지 말며, 상을 주되 벌주지 말라'는 교훈도 전한다. 이처럼 봄이란 단순한 계절의 순환을 넘어, 내면에서 때를 기다리던 잠재력이 마침내 토양을 뚫고 솟아오르는 發生의 임계점을 의미한다. 이 찬란한 계절을 맞아, 『내경』이 전하는 두 가지 지혜를 우리 학교라는 삶의 터전에 투영해보고자 한다.
첫째, 발진(發陳)의 마음이다. 우리 한의전은 20대의 패기와 30대의 통찰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누군가는 3년의 예과 생활을 통해 학문의 기초를 다지며 본과라는 계단에 올랐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각기 다른 전공과 사회적 경험을 품고 한의학이라는 새로운 문을 열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각자의 과거를 단순히 '지나간 것'으로 치부하지 않는 태도다. 지난 시간 쌓아온 학문의 토대와 치열하게 부딪히며 얻은 삶의 통찰은, 한의학이라는 깊은 학문을 받아들여 자신만의 관점을 세우는 데 가장 비옥한 토양이 된다. 이 다양한 토양 위에 피어난 각양각색의 꽃들이 모일 때, 우리 학교는 비로소 풍성한 정원이 될 수 있다.
둘째, 피발완형(披髮緩形)의 태도다. 한의학의 망망대해를 항해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혼란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끝없는 암기의 굴레에 갇히기도 하고, 익숙했던 환원론적 사고방식과 한의학 특유의 전일론적 개념 사이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때로는 낯선 숲에 홀로 서 있는 듯한 고립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를 옥죄기보다 머리를 풀고 옷을 느슨하게 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배워야 할 지식과 익혀야 할 술기는 끝이 없으나, 그 본질은 점수나 등수가 아닌 '앎'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봄의 새싹이 여름의 무성함을 향해 뻗어 나가는 曲直의 성질처럼, 때로는 굽히고 때로는 곧게 펴며 학문의 외연을 넓혀가는 유연한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한다.
결국 우리에게 오래도록 남는 것은 찰나의 성적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이 교정을 거닐고 어떤 시선으로 동료를 대했는가 하는 기록들이다. 봄의 생명력을 북돋우는 성질을 본받아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서로의 성취를 진심으로 축하하며 함께 의료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란다. 2026년 봄, 각자의 출발선에 선 우리 모두의 가능성이 이 양산의 대지 위에서 아름답게 피어나길 소망한다.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NEWSROOM